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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설 차례상 오르는 연말정산 괴담


"김서방네는 이번에 얼마나 환급을 받아?"

"아이고 형님, 돌려받기는커녕 도로 토해 냅니다."

"그래? 이서방네는 지난해 돈 100만원 돌려받다가 올해는 얼추 두 배를 더 내야 한다며 울화통이 터진다고 난리야"

"그러게 말입니다. 지난해에 비해 씀씀이가 크게 달라진 것도 아닌데…."

18일부터 시작되는 설 연휴 기간 중 고향을 찾은 직장인들이 일가친지와 나눌 법한 대화다. 13월의 세금폭탄 논란을 초래한 이번 연말정산 대란은 설 연휴 기간 중 단연 화제에 오를 것이다. 주변을 돌아보면 팍팍한 살림살이에 세금 일부라도 돌려받아 위안 삼을 요량이 뒤틀리면서 상심한 샐러리맨들이 부지기수다. 직장인 1,600만명 가운데 4명 중 1명꼴로 연말정산으로 세금을 토해내다 이번에는 3명 중 1명꼴로 그런 처지에 빠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사오정(45세 정년)·오륙도(56세까지 직장에 있으면 도둑) 세태에 임원으로 승진해 연봉이 늘어난 것은 빼고 호주머니만 털어갔다고 볼멘소리를 해도 누구를 탓할 일이 못 된다. 친지 앞에서 승진했다고 잘난 체 하기도 쑥스럽고 손해 볼일은 부풀리는 게 인간의 속성이 아닌가. 오랜만에 만난 친척들과 오손도손 나눌 할 차례상 정담이 연말정산 괴담을 확산하는 촉매제가 될 것 같아 안타깝다.

증세 없는 복지에 월급쟁이 뒤통수

직장인들의 분노에 화들짝 놀란 당정이 세액공제 폭을 확대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4월에 통과시켜 2차 연말정산에서 세금 일부를 되돌려줄 모양이지만 이미 버스 떠난 뒤다. 오히려 2014년 소득분을 바로 적용하는 것이 조세법률주의에 위배 된다는 논란마저 일고 있다. 그럼에도 정치권이 원칙 훼손의 부담을 무릅쓰고 당장 소급 적용하기로 한 것은 그만큼 민심의 동요가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중산층의 민심 이반이 특히나 심한 게 하루아침에 조세정책을 바꾼 결정타다.



문제의 2013년 개정 소득세법은 조세 원칙에 비춰보면 그다지 잘못된 게 아니다.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바꾼 당시 개정안은 소득이 많은 사람이 세 부담을 더 많이 하도록 설계됐다. 조세 형평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최고 세율 38% 구간을 과세표준 3억원에서 1억5,000만원으로 낮춘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세입 기반을 확충하겠다는 의지도 담겨 있다.

직장인의 분노를 촉발한 것은 세 부담이 늘었는데도 증세가 아니라는 정부의 석연찮은 설명에 있다. 납세자 입장에서는 딱히 세율이 올라가거나 새로운 세목이 만들어져야만 증세라고 보지는 않는다. 실제 얼마를 더 냈는지가 관건이다. 따지고 보면 매일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직장인 대부분은 자신의 월급에서 꼬박꼬박 얼마나 세금이 떼였는지조차 잘 모른다. 이듬해 초 연말정산을 해보고 나서야 세 부담이 늘었는지 줄었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1년6개월 전 세법이 어떻게 바뀌는지 제대로 기억하기는 더더욱 어렵다. 그런데도 정부는 2년 동안 '증세 없는 복지'를 하겠다고 했으니 세금에 문외한인 월급쟁이로서는 뒤통수를 맞았다는 느낌이 들었던 게다.

연말정산 대란은 직장인의 유리지갑이 털린 데도 있지만 정부의 꼼수에 농락당했다는 정서적 반감도 크나큰 촉진제 역할을 했다. 연말정산 파장을 체감한 정치권의 지형이나 정부의 미숙한 정무감각을 감안하면 앞으로 세수 부족을 메울 증세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고 봐야 한다. 야당에서는 "그것 봐, 증세 없는 복지가 국민 기만"이라며 법인세를 비롯한 부자 증세의 목소리를 높이지만 저성장이 고착화 조짐을 보이는 경제여건을 보면 그다지 현실성 있는 대안이 못 된다. 새로운 세목을 신설하고 세율을 올린다고 해서 지속적인 세수 증가로 이어진다는 보장도 없다. 살림살이가 쪼그라들면 허리띠부터 졸라매는 것이 순리다. 곳간이 거덜 났다고 국민 호주머니부터 털겠다는 것은 무책임하고 염치없는 일이다.

호주머니 털기 앞서 허리띠 졸라매야

증세에 앞서 나라살림살이 구조조정이 우선이다. 그러자면 정부는 증세 없는 복지의 도그마에서 벗어나야 한다. 탁 깨 놓고 증세 없는 복지가 환상이었다고 사과할 요량이 아니라면 복지 설계를 다시 짠다는 분명한 신호를 보내야 한다. 증세를 안 한다면서 복지 설계도 다시 하지 않는다면 귀착점은 딱 두 가지다. 제2·제3의 연말정산 대란 초래 아니면 국고를 탕진한 최악의 정부라는 낙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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