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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수필] 孫正義의 국적

인터넷 황제로 불리는 손정의(孫正義)씨는 한국사람인가, 일본사람인가, 또는 국적을 초월한 사이버 재벌인가. 너무 가난해 일본으로 건너가 광부가 된 한국인의 3세라는 점에서 그는 한국인이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한국인이고 아버지 어머니가 한국인인 100% 순 한국인이다. 뿐만 아니라 그의 가족과 친척들은 일본에서 살아가기 위해 모두 야스모토(安本)라는 일본 성(姓)을 쓰고 있는데 유독 그만은 한국의 성 손(孫)씨를 고집했다. 그는 『고등학교 때 방학을 이용해서 미국에 갔는데 정식 성인 손(孫) 옆에 괄호를 하고 야스모토라고 씌여져 있는 외국인등록증을 보고 나의 아이덴티티는 과연 무엇일까를 강하게 느꼈다』라고 실토한 일이 있다. 사업관계로 일본에 귀화(歸化)할 때 일본법무성은 손이라는 성으로는 국적을 받을 수 없다고 했다. 손이라는 성은 일본의 인명사전에도 없고 선례(先例)도 없으므로 개명(改名)하라는 것이었다. 그는 순순히 응하지 않고 그의 일본인 아내에게 협조를 구했다. 오노(大野)라는 아내의 성을 손(孫)으로 바꾸어 선례를 만들었다. 다시 법무성에 찾아가 「만약 한 사람이라도 손이라는 선례가 있으면 인정한다」는 담당자의 말을 상기시켰더니 어쩔 수 없이 받아주더라는 얘기다. 그만큼 철저하게 한국인의 뿌리를 지킨 사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손 마사요시라는 이름으로 일본인의 법적지위를 얻어 일본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 일본정부에 세금을 내고 일본국민의 권리를 행사한다. 『원래 국적 따위는 부호와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그는 말했지만 이미 일본인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구태여 서양인들에게 물어보면「한국계 일본인」이라고 할 것이다. 지난 연말 그는 혜성처럼 서울에 나타나 큰 바람을 일으켰다. 1억달러를 출자해서 「소프트뱅크 홀딩스 코리아」를 설립하고 앞으로 2년간 100여개의 유망 인터넷기업을 지원한다고 선언했다. 또 미국 나스닥과 함께 「나스닥 재팬」「나스닥 유럽」을 설립해서 국경을 뛰어넘는 글로벌 주식시장을 만들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그때마다 「손풍(孫風)」「손정의 열풍」「손정의 신드롬」이라는 말이 각신문을 크게 장식했고, 그에게 명함 한장이라도 전하려는 우리나라 벤처기업가들로 대소동이 연출되기도 했다. 그는 한국인인가, 일본인인가 또는 국적을 초월한 사업가인가. 한때 세계경영을 외치며 「칭기즈 칸」 같이 전세계를 누비던 김우중 회장의 뼈아픈 좌절이 오버랩 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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