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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이지송 LH 사장의 남은 과제

뒤로는 불곡산과 정자공원이 있고 앞으로는 양재천이 흐르는 곳에 위치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는 살기 좋다는 분당에서도 고즈넉하기로 소문난 곳이다. 하지만 요즘은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아침이면 어김없이 곡(哭)소리가 요란하고 민중가요 노랫소리로 동네가 떠나갈 듯 시끄럽다.

지난 2008년 2차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지정된 구리시 갈매동 주민들은 보상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며 정문 앞에서 정부와 LH를 성토하는 집회를 수년째 매일 열고 있다. 이달 초부터는 한국토지주택공사노조(옛 주공 노조)가 사옥 앞에서 텐트를 치고 농성을 벌이고 있다. 오는 7월 복수노조 교섭창구단일화 제도 시행을 앞두고 사측이 LH노조(옛 토공 노조)와 단체협약을 갱신한 것을 두고 노노 갈등을 부추기는 처사라며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출근시간은 물론 점심시간에도 연신 시끄러운 민중가요를 틀어댄다.

아침마다 되풀이되는 이 같은 풍경을 보면서 씁쓸한 생각을 지울 수 없다. LH가 처한 현실과 오버랩돼서다. LH는 갚아야 할 빚이 130조원에 이르고 부채비율은 468%에 달한다. 2009년 통합 출범한 후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통해 그나마 재무구조가 개선된 것이 이 정도다. 출범 2년여 만에 환골탈태했다고는 하지만 경영 정상화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다면 LH는 앞으로도 가시밭길을 갈 수밖에 없다. 구리 갈매지구는 물론 앞으로 보상이 진행될 3~6차 보금자리주택지구에서도 정부ㆍLH와 지역 주민과의 갈등이 불거지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노사 갈등은 어느 기업에서나 있는 일이지만 빚더미에 올라앉은 공기업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게다가 LH는 복수노조 시대에 발맞춰 2개의 노조와 사측이 상생 모델을 만들기 위해 별도의 위원회까지 만들고도 아직 갈등을 원만하게 풀어내지 못하고 있다.

이지송 LH 사장은 특유의 추진력을 바탕으로 LH를 개혁하고 경영 정상화의 물꼬를 트는 등 2년8개월 동안 많은 성과를 냈다. 그의 임기는 9월까지다. 3개월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다. 남은 임기 동안 이 사장이 이해관계자(stakeholder)와의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갈등을 해소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 퇴임할 무렵에는 곡소리와 민중가요 노랫소리가 그쳐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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