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한은이 빨라도 내년 3ㆍ4분기는 돼야 기준금리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이 올해 말 시작해 내년 중반까지는 양적완화 축소를 마무리할 것이라는 가정에서다.
일단 경제지표상으로 보면 기준금리를 움직이는 근거인 국내총생산(GDP)갭과 인플레이션갭이 둘 다 마이너스인 상태에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이 내년 중반기 이후다. 박종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은의 발표대로 내년 성장률이 3.8%,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5%라면 내년 중반쯤 GDP갭은 플러스로 전환되고 물가는 목표수준 안에 들어오게 될 것"이라며 "현재 통화정책이 완화적 기조라고 판단하는 한은이 금리를 움직이는 것도 내년 하반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지난 5월 기준금리를 2.75%에서 2.5%로 인하하기 전에도 '완화적 기조'라고 평가했던 만큼 0.25%포인트는 내년 하반기 중 부담 없이 '되돌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두 번째 금리인상 시기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시기와 맞물리며 더딘 속도도 진행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 내부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기다리고 있다. 우선 김중수 총재의 임기가 내년 3월 말에 끝나고 4월에 오는 신임 총재가 금리인상기의 통화정책을 맡게 된다. 이어 4월14일 임기를 마치는 임승태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자리에 은행연합회 추천으로 새로운 금통위원이 앉는다. 국제공조를 중시하는 김 총재와 금통위원 가운데 가장 매파로 알려진 임 위원의 퇴진은 통화정책 방향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김 총재는 10일 금통위 직후 기자회견에서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 의장 지명에 대해 "미국 연준의 정책일관성은 유지될 것"이라며 "아무런 변화가 없다는 뜻이 아니라 데이터에 근거한 의사결정을 할 것이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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