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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Story] 박정호 선산토건·한국골프장경영협회 회장

지독한 가난에 19세 때 무작정 상경…<br>눈물 젖은 빵 삼키며 성실·책임·창의 배웠죠



생계 위해 안 해본 일 없어 70년대 건설 붐이 도약 계기… 리비아 공사 등으로 사세 확장

맘먹은일 무섭게 집중력 발휘 '안 된다'는 말 가장 싫어해… '골프도 산업' 인식전환 필요


'자신보다 더 뛰어난 사람들의 도움을 받는 방법을 알고 있던 한 남자.'

미국의 강철왕으로 성공한 앤드루 카네기가 스스로에 대해 묘사한 글이다.

박정호(65) 선산토건ㆍ프리스틴밸리골프장 대표이사 회장에게는 '자신에게 도움을 줄 뛰어난 사람으로 만드는 방법을 아는 남자'라는 표현이 어울릴 듯싶다. 빈손이었던 그는 믿음경영을 통해 4개의 기업체와 2개의 골프장을 운영하는 성공한 경영자로 우뚝 섰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리더십의 바탕에는 스스로 원칙을 지키는 노력과 구성원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올 여름에는 장마가 유난히 길고 사나웠다. 일기예보와 달리 아침부터 장대비가 쏟아지기 시작한 지난달 어느 토요일 경기 가평의 프리스틴밸리골프장. 새벽 일찍 출근해 프런트를 지키고 있던 여직원은 라운드 예약 취소 전화가 잇달아 걸려오자 연신 한숨을 쉬다 눈물까지 흘렸다. 골프장의 한 회원이 이유를 물어보니 회사 매출이 줄어들게 생겼다며 걱정하더라는 것이다. 직원들의 끈끈한 소속감을 보여주는 한 사례다.

애사심을 갖도록 한 방법이 뭘까. 박 회장은 "특별히 하는 건 없다"며 손사래를 쳤다. 대화하면서 잘 어울리려고 할 뿐이고 직원들이 피곤할 것 같다 싶으면 즉석에서 소주와 삼겹살 회식을 제안하곤 했지만 요즘에는 그것도 자주 못한다고 했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직원들이 경영자의 진심을 알고 신뢰하기 때문이다. 박 회장은 지난2005년 프리스틴밸리골프장을 인수한 후 지난해까지 매년 직원들의 임금을 올려줬다. 요 몇 년간 골프장이 늘면서 업계의 영업이익이 줄었지만 한 해도 거르지 않았다. 임금을 동결하자는 임원의 제안에 박 회장은 "직원들 월급 줄여서 돈 버는 게 사업이냐. 우리가 더 열심히 영업을 해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보자"며 거꾸로 설득하기도 했다.

"인수 당시 300억원이 넘는 부채를 떠안고 있었습니다. 골프장 내장객 수는 예전 같지 않았지요.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임금은 조금이라도 올려야 한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었습니다. 직원들도 현실을 지켜봤고 열심히 해줬습니다. 이제 8년 동안 부채를 다 갚아 재무구조가 아주 견실해졌고 적절한 투자를 통해 코스도 몰라보게 개선됐습니다."

박 회장의 경영 철학은 자수성가의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됐는지 모른다.

1948년 경북 선산의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다. 광복과 전쟁의 시기에 산골 가정의 8남매 중 5남이었으니 고충은 상상이 되고도 남는다. 젊은 세월을 그냥 보낼 수 없었던 그는 19세 되던 해 서울로 향했다. 가난과 무작정 하는 상경이 부끄러움이 아닌 시절이었다.

권투 도장에 처음 자리를 잡고 권투선수의 길을 갈까도 생각해봤다. 하지만 생계를 위해 6년 뒤인 25세 때 링을 떠나 사회로 뛰어들었다. 이후 "돈을 벌기 위해 세상에서 안 해본 일이 없었을 정도"로 그는 눈물 젖은 빵을 삼켰다.

건설 붐이 일던 1970년대 건설회사에서 일하게 된 게 삶의 갈림길이었다. 1976년 경남 창원공단 조성 현장에서 한 대기업 임원이 손을 내밀었다. 평소 박 회장의 성실함을 눈여겨본 그는 자잘한 작업의 하청을 맡겼다. 깔끔한 처리에 일감이 늘었고 박 회장은 회사를 차려 기반을 착실히 닦았다. 1982년에는 선산토건을 설립하면서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해 마침 시작된 리비아 대수로 공사 등에도 참여했다. 당시 국내 토목사업 분야에서 실적 3위 안에 들며 꽃을 피웠다.

그러나 현실에 안주하지 않았다. "2000년대 들어서는 건설업은 사양길이겠구나 생각하고 다른 사업 분야로 전환을 서둘렀습니다. 공사 수주를 줄이고 새로운 사업에 역량을 집중했습니다." 그는 2005년 가평 프리스틴밸리골프장을 인수하는 한편 철강공업, 고속도로 휴게소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했고 2011년에는 경기 파주에 퍼블릭 골프장인 파주프리스틴밸리를 완공ㆍ개장했다.

박 회장이 내건 사훈(社訓)은 '성실ㆍ책임ㆍ창의'다. "사람의 능력에는 한계나 차이가 크지 않다고 봅니다. 나는 '안 된다'고 하는 말을 제일 싫어합니다. 성실한 사람은 누구나 책임감을 부여하고 믿어주면 밤을 새워서라도 다 해냅니다. 창의력을 발휘하게 되지요."

실제로 박 회장은 2005년 골프장 인수 얼마 후 기존 경영진이 부득이하게 퇴사하자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했다. 당시 임희정 과장에게 본부장의 지휘봉을 쥐어준 것. 그는 "일각에서는 '외부에서 경영자를 영입해야 한다, 경험 없는 여성 본부장은 무리다'라는 말을 하고 본인도 부담스러워 했지만 오래잖아 차분하고 꼼꼼한 업무 능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며 믿음의 리더십을 강조했다.

자신에게는 철저해서 목표를 세우면 무섭게 집중하는 근성을 발휘한다. 파주프리스틴밸리골프장 건설 승인을 받고 착공한 날이 2010년 11월이었다. 박 회장은 꼭 1년 뒤인 2011년 11월11일 11시에 완공하겠다고 결심하고 결국 공사기간을 맞춰냈다. 365일을 현장에서 먹고 자며 진두지휘한 결과였다. 개장 후 한 달 동안 인력과 운영 시스템을 확실히 점검하고 나서는 현장 직원들의 자율을 최대한 존중하고 있다.



그는 베푸는 일에도 적극적이다. 2007년 한국체육대 최고경영자과정 총교우회 장학재단에 3억원을 기부하고 지난해까지 이사장을 맡았다. 국가대표 선수가 많은 이 학교의 시설을 개ㆍ보수하고 어려운 환경의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했다. 그는 늘 딱한 사정에는 쉽게 등을 돌리지 못한다.

4월에는 한국골프장경영협회 회장에 취임해 위기를 맞은 골프장 업계의 돌파구 마련에 고민하고 있다. 박 회장은 골프장 업계의 경영난이 골프장의 과잉 공급과 경기침체 등의 시장원리 외에 골프장에 부과되는 과도한 세금에 따른 고비용 구조에도 있다고 보고 해법 찾기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그는 "정부는 체육 시설인 골프장에 향락사치 업종 수준의 세율을 매기고 있다"면서 "산업으로서 골프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고 골프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바꾸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골프 구력 35년째인 그는 다섯 차례 홀인원을 기록했다. 가장 최근에 한 곳은 2008년 자신이 운영하는 프리스틴밸리골프장이었다.






● 박정호 회장은…

▲1948년 경북 선산 ▲서강대 최고경영자 과정 수료 ▲고려대 노동대학원 ▲한국체육대 명예박사 ▲1982년 선산토건 설립 ▲1992년 건설의 날 국가산업포장 ▲1998년 철탑산업훈장 ▲2002년 안전경영대상 전문건설업부문 대상 ▲프리스틴밸리ㆍ파주프리스틴밸리 골프장 대표이사 회장 ▲선산철강공업ㆍSS유통ㆍSS이엔씨 대표이사 회장 ▲2013년~ 한국골프장경영협회 회장








그린피 절반이 세금… 세율 정상화·고비용 구조 개선해야

박민영기자

"절반 이상의 골프장이 적자를 내고 있습니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 수장으로 4개월을 맞는 박정호 회장은 업계 현황을 파악했느냐는 질문에 상기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취임 이후 전국 8개 지역 협의회 골프장 대표들을 만나 업계의 고충을 듣고 향후 대책을 논의해왔다. 세계적인 경기침체에다 2005년 이후 골프장 공급이 급증하면서 골프장 경영지표인 홀당 이용객 수가 지난해 3,522명으로 2008년과 비교해 14.8%나 줄었다.

박 회장은 환경의 영향도 있지만 경영악화의 근본 원인은 정부의 골프 정책 때문이라고 단언했다. "골퍼들은 골프장 이용료가 비싸다고 불만입니다. 그린피가 상식적인 수준보다 높은 이유는 사업자가 폭리를 취하려고 올렸기 때문이 아니라 비상식적인 세율 때문입니다. 그린피의 절반이 세금이니 이게 말이 됩니까."

그는 우리나라 골퍼들은 회원제 골프장에서 한 번 라운드를 할 때마다 직간접으로 7만5,000원가량의 세금을 부담한다고 말했다. 이는 골퍼들이 직접 부담하는 개별소비세 2만1,120원과 골프장 사업자에게 부과되는 취득세ㆍ재산세ㆍ종합부동산세 등을 합한 것으로 2만원 이하인 일본보다 훨씬 높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개별소비세는 스포츠 시설이 아닌 호화사치 시설에 붙는 징벌적인 성격의 세금이다. 골프장에 부과되는 재산세도 4%로 일반 사업장의 0.07~0.5%보다 월등히 높다. 종부세(2%)도 일반 사업장보다 3~4배 높은데다 골프코스는 물론 환경보전을 위해 의무적으로 확보해야 하는 비영리 원형보전 임야에도 같은 세율이 적용돼 불합리하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정부의 골프장 중과세 정책이 변해야 골퍼의 부담이 줄어 이용 횟수가 늘어나고 골프장도 경영악화에서 탈출하는 선순환 구조로 바뀔 수 있습니다. 업계는 세율을 낮추는 게 아니라 정상화해줄 것을 요구하는 것이지요."

골프장 산업을 안정화시켜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 박 회장은 "골프 관련 산업은 골프장ㆍ회원권ㆍ용품 등 연간 30조원 이상의 큰 시장이고 골프장은 그 기초"라며 "고용 10만명, 연간 매출 3조5,000억원의 내수 활성화 외에도 연관 산업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엄청나다"고 강조했다. 해외 골프여행에 따른 외화 유출을 막기 위해서라도 고비용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업계의 자구 노력도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계절별ㆍ요일별로 큰 폭의 할인을 하는 등 생존경쟁으로 그린피 정찰제는 이미 무너졌다"며 "현행 과세 정책하에서 가격정책에는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지역별 골프장 간 공동 마케팅 활성화, 결혼식장ㆍ연수시설ㆍ문화공간으로의 시설 활용 극대화 등을 단기적인 방안으로 생각하고 있다. "사회 기여 프로젝트를 통해 골프에 대한 이미지를 높이고 잠재 골프인구의 관심과 참여를 확대할 중ㆍ장기적인 방안 마련에 업계가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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