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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以柔克剛

박연우 <문화레저부 차장>

부와 지위의 상징인 더글러스와 대선에서 맞붙게 된 링컨. “링컨이라는 시골뜨기에게 귀족의 맛을 보여주겠다”고 호언장담하는 더글러스에 맞서 링컨은 유세 때 이렇게 말했다. “더글러스는 체신장관ㆍ토지장관ㆍ내무장관 등을 역임한 큰 인물입니다. 반면에 제가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어떤 사람은 저의 재산이 얼마인지 물어봅니다. 저에게는 아내와 아들 하나밖에 없지만 그들은 값을 매길 수 없는 보배입니다. 게다가 저는 의지할 데도 없습니다. 유일하게 의지할 곳은 오직 여러분들뿐입니다.” 더글러스의 자랑은 부메랑이 돼 약자를 멸시하는 행위로 비치게 됐다. 결국 링컨은 부드러움으로 강함을 이기는 책략으로 미국의 대통령이 됐다. 사람의 입에는 백 개의 날이 있으니 제때 잘 쓰면 큰 무기가 된다. 반대로 세치 혀를 잘못 놀리면 한 국가를 멸망의 구렁텅이로 추락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현대인은 그것을 모르고 스스로 무덤을 파는 경우가 많다. 요즘 정치인들에게서 자주 듣게 되는 말실수가 그런 경우인데 대부분 개인과 조직 역사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친다. 극단적인 예일 수도 있으나 최근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1,200여 사상자를 낸 알아이마 다리 대참사 역시 그렇다. 수십만 시아파 순례객들이 티그리스강을 건너다 누군가 “다리 위에 자폭(自爆) 테러범이 있다”고 외치자 겁에 질려 도망가려고 서로 밀치다 깔려 죽고 강에 빠져 죽었다. 새 헌법 제정을 둘러싼 시아파와 수니파의 정치적 의도를 떠나, 이라크전이 시작된 이후 가장 가슴 아픈 이 사건의 발단은 한 사람의 ‘말’이었다. 말이 갖는 위력은 어떤 무기보다도 강력하기 때문에 오늘날 이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다. “현대 세계의 3대 무기는 핵무기, 컴퓨터, 그리고 언변(言辯)이다.” 나라를 이끄는 리더가 말을 아끼지 않을 때 그 사회는 심각한 혼란에 처할 수도 있으며 반대로 심각한 위기에 처했을 때 유머러스하고 기지가 넘치는 리더의 말은 그 위기를 벗어나게 할 수도 있다. 유대인의 속담에 따르면 “당신의 입속에 들어 있는 한 말은 당신의 노예이지만 입 밖에 나오게 되면 당신의 주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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