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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지난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당시 박희태 후보의 돈 봉투 살포 의혹과 관련해 이른바 '기업 자금줄'에 수사 초점을 맞추고 있다. 검찰은 당시 전당대회에서 박 후보와 선거 공조를 했던 공성진 전 한나라당 최고위원 캠프에도 적지 않은 돈이 뿌려졌다는 정황을 확보하고 전당대회 후보를 겨냥한 기업들의 전방위 자금지원 공세가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여권의 전당대회 시기에 보통 최소 20여개 이상의 기업이 직∙간접적으로 거액의 자금을 후원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만큼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재계에 돈 봉투 사정 한파가 몰려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는 30일 문병욱 라미드그룹(옛 썬앤문그룹) 회장을 소환해 박 후보 캠프와의 수상쩍은 자금거래 사실 여부에 대해 집중 추궁했다.
검찰은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당시 박 후보 캠프의 자금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문 회장 측 자금이 정치권에 유입된 단서를 포착, 이 자금의 성격을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문 회장은 이날 검찰 조사에서 박 후보 캠프 계좌로 유입된 자금과 관련해 "변호사 선임료일 뿐 전당대회와는 관련이 없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상기 라미드그룹 대표는 "정치자금이 아닌 골프장 소송과 관련한 적법한 변호사 선임계약으로 자금이 나갔다.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정치자금법 문제로 재판 중에 다시 정치자금을 건넸다는 것은 정신이 나간 것"이라며 의혹을 반박했다.
검찰 측은 박 후보가 선임계를 내지 않고 실제 소송과정에서 라미드 측의 변호사로 활동했는지 확인작업을 펼치고 있다.
검찰은 앞서 27일에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라미드 본사를 압수수색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검찰은 박 후보 캠프 계좌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라미드 측 자금 수천만원이 박 후보 캠프 계좌로 유입된 정황을 포착하고 이 가운데 일부가 실제 국회의원과 당협 간부 등에게 돈 봉투 형식으로 전달됐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박 후보 외에도 당시 전당대회 후보였던 공 전 최고위원 캠프가 몇몇 기업체로부터 거액의 자금을 지원받은 정황을 포착하고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검찰은 이날 박희태 국회의장의 핵심 측근인 이봉건 정무수석비서관과 박 의장 전 비서인 고명진씨를 소환해 전당대회 당시 금품을 뿌렸는지 여부와 자금의 출처에 대해 집중 추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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