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기각 이유는 더욱 황당했다. A사와 B씨는 수억원 상당 수출품을 세관에 신고하지 않고 해외로 무단 반출한 혐의로 지난해 8월 재판에 넘겨졌다. 이런 관세법 위반 사건은 반드시 세관의 고발이 있어야 하고 고발서에는 세관장의 직인이 찍혀야 한다. 하지만 사건을 담당한 서울중앙지검 공판부가 법원에 제출한 고발서에는 세관장이 아닌 담당 사법경찰관의 날인만 찍혔다. 고발 날짜가 누락된 것은 덤이었다.
결국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장용석 판사는 "적법한 고발 절차가 이뤄졌다고 볼 수 없어 형사소송법 제327조 제2호에 따라 공소를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A사를 대리했던 법무법인 다래 관계자는 "서류 문제는 당연히 해결됐으리라 생각하고 10개월 동안 치열하게 법리를 다퉜는데 이런 결과가 나와 황당하다"고 말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도 "검사로서, 변호사로서 수많은 사건을 봐왔지만 고발장을 제대로 안 내 공소기각이 된 사례는 처음 봤다"고 전했다.
해프닝의 경위는 이랬다. 검찰은 지난해 서울세관으로부터 해당 사건을 송치받으면서 고발서를 받았다. 고발서 표지에는 세관장의 직인이 찍혀 있었다. 하지만 검찰은 고발서를 받아놓고도 이를 법원에 내지 않았다.
재판부는 공판 중에 고발서가 없는 사실을 발견하고 마지막 공판 기일 전에 "고발서를 제출하라"고 검찰에 요구했다. 이때라도 고발서를 제대로 냈으면 문제가 없었을 텐데 검찰은 세관장 직인이 찍힌 표지를 빠트리고 고발서 안에 있는 세관의 '의견서'만 냈다.
검찰에는 단순한 실수였지만 A사로서는 억울하고 허탈할 수밖에 없었다. 1심에서 납득할 만한 판결이 나왔다면 거기서 사건이 일단락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A사는 항소심에서 다시 지난한 재판 과정을 반복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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