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방영을 시작한 장근석, 윤아 주연의 KBS TV 드라마 '사랑비'가 인기를 얻고 있다.
이 드라마의 런칭 초기 안방극장 팬들은 출연진의 면면에 관심이 많았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 드라마의 주제가를 부르는 가수가 누구냐?"는 질문이 잦아지고 있다.
얼굴 없는 가수 나윤권(27ㆍ사진)의 존재감이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지난 2004년 데뷔한 후 9년이 지난 중견이다. 그는 한 때 네티즌들 사이에서 '나는 가수다'의 차기 참가자로 거론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TV에 모습을 드러내는 대신 군입대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의 실력을 알고 기다려 온 팬들에게는 의외의 뉴스로 다가 온 셈이다. 팬들에게 작별을 고하는 그를 만나봤다. /편집자주
나윤권은 '얼굴 없는 가수'라는 별명이 무색한 미남이었다.
나이도 겨우 스물일곱. 아이돌 중에도 이 정도 나이는 수두룩하다. 그런데 그는 시쳇말로 쉽게 뜰 수 있는 댄스그룹이나 K-Pop쪽에 줄을 서는 대신 발라드를 택했다.
"신인 때는 TV에 출연하고 싶기도 했는데 음악프로 위주로 출연을 하다 보니 얼굴 없는 가수로 알려지게 됐습니다. 특별한 의도는 없었어요." '왜 팬들에게 얼굴을 보여주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한 나윤권의 답변이다.
그는 얼마 전 인터넷에서 회자됐던 '나가수' 출연에 대해서도 속내도 털어 놓았다.
"나가수 출연에 대해 얘기는 있었어요. 하지만 나가고 싶다고 나갈 수 있는 프로가 아니었어요. 나도 나가수에 출연해 기라성 같은 선배들과 경합을 벌인다면 재미 있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내 실력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겸손하긴 했지만 투지를 내비친 대답이 돌아왔다.
'선배들과 일합을 겨뤄 보고 싶다'는 속내와는 어울리지 않게 나윤권은 팬들에게 잔잔한 발라드 가수로 각인돼있다. 그는 이에 대해 "앨범 수록 곡에는 여러 장르가 있지만 대중들은 내가 발라드를 부를 때 제일 좋아한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며 "내가 발라드를 부르는 것은 그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콘서트를 팬들과 함께 타는 '이별택시'(나윤권의 히트곡 제목)라고 생각하고 있다. 입대를 앞두고 진행하는 고별 공연인 셈이다.
그의 음악을 아는 사람들이 아쉬워하는 것은 그의 노래에 윤기가 흐르기 시작한 마당에 군입대라는소식이 들려 왔기 때문이다. 아닌 게 아니라 지난 연말공연이 매진되는 등 그의 티켓파워에는 탄력이 붙는 중이었다. 그를 가수의 길로 이끈 작곡가 김형석의 품으로 다시 돌아 온 것이 팬들에게는 그나마 위안이라면 위안이었다.
어린 나이에 가수가 되겠다는 결심을 한 그는 중3때 첫 오디션을 시작으로 12번이나 오디션에 응했지만 잇따라 쓴 맛을 봤다. 그는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응시했던 작곡가 김형석의 오디션에서 극적으로 간택을 받았다. 그러고 보면 지금의 나윤권은 중학교 시절부터 다져온 염원의 누적인지도 모른다. 그는 가수가 되고 싶었던 열망을 이렇게 반추했다.
"단지 가수가 되고 싶었지 어떤 가수가 되겠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준비가 안돼있었습니다. 자꾸 떨어지다 보니 오기가 생겼고 가수가 안되더라도 실용음악을 하려고 했습니다. 가수에 대한 꿈이 뜨거워서 포기는 하지 않았어요."
나이에 맞지 않게 성숙한 답변에 끌려 작금의 가요계에 대한 그의 생각을 물었다.
"K-POP이나 아이돌이 뜨는 것은 대중들이 그런 음악을 좋아한다는 애깁니다. 한편으로는 슬프기도 하고, '나도 아이돌 할 걸 그랬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요즘 아이돌 노래들을 보면 가요차트 1등을 해도 1주일을 못 가더군요. 물론 내 노래는 1등을 하지 못합니다. 나 같은 가수들이 설 자리는 없지만 그래도 팬들은 내 노래를 꾸준히 듣습니다. '유희열의 스케치북' 같은 프로그램들이 생겨나고 있는 게 희망이라면 희망입니다. 정통 가요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언제가 좋은 날이 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의 작별콘서트는 오는 21ㆍ22일 연세대학교 100주년기념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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