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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무제(無題)' '사물의 소리를 듣다'

제목 없이 최소한의 표현만으로 소재 물성 극대화

작가 의도 강요하기보다 관람객 적극적 해석 기대

이우환 ''관계항-서울의 고요''

이승택 ''바람-민속놀이''

원경환 ''지표로부터''

"작품의 구체적인 아이덴티티나 오리지널리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하나라도 더 특징 있는 형태나 질감을 가미해야 할 테지만, 순수한 있음의 형태를 드러내기 위해서는 가장 최소한의 규정성만이 요구되죠. 결국 어느 순간에는 작가로서의 욕심이 있더라도, 어떤 요소를 더 가미해서 더 많은 구체성과 독창성을 확보하려는 욕망을 단호히 끊어내야 하죠." (이형우 작가 인터뷰 중)

작가가 작품에 구체적인 제목을 달지 않거나, 인위적인 가공보다 소재의 특성(물성)으로 작품 의도를 드러내는 전시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나란히 열리고 있다. 1970년대 표현의 자유가 억압되던 당시의 반영이기도 하지만, 제목과 인위적 표현이 없다는 것이 작가나 작품의 성향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개성이 됐다. 미술관의 소장품 특별전 '무제(無題)'와 '사물의 소리를 듣다'전이다.

먼저 '무제'전은 김창열·하종현·김환기 등 최근 해외에서도 주목받고 있는 단색화 작가를 비롯해 이강소·장화진·문신 등 현대미술 대표작가 33인의 '제목 없는' 작품을 모아 내놓았다. 인물화나 풍경화 같은 구상미술과 달리, 추상미술은 좀처럼 무엇을 그렸는지 알 수 없을 때가 많다. 관객 입장에서는 그림을 보며 작가가 묘사한 것, 말하고 싶은 것을 알아내는 건 때로 머리 아픈 일이 되고 만다. 그러다 보니 '불친절하다' '무성의하다'라는 불평과 항의도 나온다.

하지만 작가 입장은 조금 억울하다. 명확한 제목이 관람객에게 작품 의도를 강요하거나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나, 좀 더 적극적인 해석을 기대하는 측면이 크기 때문. 이를테면 '작품은 최종적으로 관람객 마음속에서 완성되는 것'이라는 의미다.

"제가 무제라고 사용한 것은 제목에 한정된 그림을 만들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보는 사람에게 전달되는 게 좋지 않나 하는 생각에서였어요. … 그것이 그림과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니까 거기에 연연하거나 생각을 두지 말고 그림으로서만 봐주기를 바랍니다." (정상화 작가)



이번 전시의 의도는 이러한 무의미한 제목이 불만스러운 관람객과 더 적극적인 작품 해석을 기대하는 작가를 화해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전시장 곳곳에 관람객이 생각하는 작품 제목을 제안하게 하는 코너가 있고, 전시장 출구 앞에는 '무제'에 대한 작가 인터뷰 영상을 보여준다.

한편 제1원형전시실에서 열리는 '사물의 소리를 듣다'전에는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 이우환·김용익·이승택 등 28명 작가의 조각·회화·영상 등 72점을 선보인다. 앞서 '무제'전과 작가나 작품 경향이 겹치는 면도 있지만, 사물 고유의 존재성이 부각될 수 있도록 작가의 의도가 최소한으로 개입된 작품을 모았다.

벽에 기댄 철판 앞에 큰 돌이 놓인 이우환 작가의 '관계항 - 서울의 고요'(2008년), 돌과 노끈이 긴 각목을 사이에 두고 늘어선 이승택의 '고드레 돌'(1960년) 등 돌·나무·천·쇠 등의 사물에 작가의 흔적을 남겨 오히려 소재의 물질성 자체를 더 부각시킨다. 이를 통해 자연과 사물 그리고 인간 각각의 관계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작업이다.

특히 1970년대 전시 인쇄물, 작가 노트, 참여 작가들과 평론가의 인터뷰 영상, 한국과 일본의 미술잡지 등을 통해 1970년대 시대적 배경과 해외미술과의 영향관계, 미술계 상황, 작가들의 예술을 대하는 태도와 물질성에 대한 관심 등을 살펴볼 수 있다. '무제'전은 오는 26일까지, '사물의 소리를 듣다'전은 9월 29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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