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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유전 게이트는 거짓말 게이트

이병관 기자<사회부>

화가 나다 못해 슬프다. 2개월 간 진행된 검찰의 유전 게이트 수사를 지켜보며 기자가 느끼는 감정이다. 게이트 주인공들이 직권 남용이나 외압, 월권 등 불법행위를 한 것 같아서 슬프다는 게 아니다. 유전사건에 정말 불법한 행위가 있었는지는 재판 과정에서 밝혀질 것이다. 분명한 점은 수사가 시작된 후 이들의 거짓말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는 것이다. 계속되는 거짓말은 사건 실체와 관계없이 정부에 대한 의혹과 불신을 확대 재생산하며 전반적인 국정운영의 총 난맥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제 국민들은 사건 자체에 대한 관심보다는 사건을 둘러싸고 거짓말 경쟁을 벌이는 청와대, 정ㆍ관계 지도급 인사에 넌덜머리를 치고 있다. 유전사업의 배후로 의심받던 이광재 의원은 검찰 출두 전까지만 해도 유전사업을 추진한 전대월씨를 두 번밖에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검찰 조사에서 이 의원은 의원회관 사무실 등에서 전씨를 여섯 번 만났고 처음에는 전대월 사기극이라고 주장하더니 이제는 석유전문가 허문석씨 사기극이라고 말을 바꾸고 있다. 또 전씨에게 전화로 허씨를 소개해줬다고 하더니 의원회관에서 직접 전씨에게 소개해준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2004년 7월 유전사업 추진 당시 철도청장(현 철도공사)이었던 김세호 전 건설교통부 차관은 철도청의 유전사업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올초 신광순 전 철도청장 등 간부들과 모 식당에서 유전사업 실패에 대한 사후처리를 논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청와대는 또 어떤가. 4월 유전비리 의혹보도가 나간 후에도 모르쇠로 일관하다가 최근 들어 왕영영 철도공사 사업본부장이 청와대 행정관에게 사업보고를 했었다고 말을 바꿨다. 여기다 김 전 차관, 신 전 철도청장 등과 한번도 만난 일이 없다고 주장하던 이희범 산업자원부 장관은 검찰에 출두하고서는 의원회관에서 이들을 만나 유전사업 지원부탁을 받았다고 실토했다. 권력형 비리를 통칭하는 ‘게이트’의 원조인 미국의 ‘워터 게이트’ 도 사건의 본질인 불법도청보다는 도청사실을 숨기려 대통령이 거짓말한 것이 밝혀지면서 사건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됐다. 결국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하야로 막을 내렸다. 다른 어떤 정권보다 도덕성이 부각되며 탄생한 노무현 정부는 인치가 아닌 시스템을 통한 국정운영과 투명성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유전 게이트에 이어 행담도 개발 의혹에서 드러나는 지도자들의 거짓말 릴레이를 보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것인지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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