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진경찰서는 21일 전자발찌를 착용한 채 성폭행에 저항하는 이웃동네 주부 이모(37)씨를 살해한 혐의로 성범죄 전과자 서모(42)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서씨는 지난 20일 오전9시30분께 현관문이 열려 있는 광진구의 한 다세대 주택에 들어가 이씨를 흉기로 위협하고 성폭행하려다 거센 저항에 부딪히자 들고 있던 흉기로 이씨의 목을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총 12차례의 전과 가운데 강간전과만 3범인 서씨는 지난해 10월 만기 출소한 후 보호관찰을 받고 있었으며 범행 당시 왼쪽 발목에 전자발찌를 차고 있었다.
서씨는 경찰조사에서 "집에서 쉬던 중 갑자기 성적 욕구가 일어나 마스크와 청테이프ㆍ과도를 챙긴 뒤 집 밖으로 나가 무작정 걷다 이씨를 발견, 성폭행을 시도했지만 거세게 반항하며 도망치려 해 죽였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전자발찌에 GPS가 달려 있어 어디 가는지는 확인이 되지만 (서씨의) 행동 반경에는 제약이 없었다"며 "밀착감시를 하지 않는 이상 부착 명령이 떨어졌다고 해서 이 같은 범행을 억제한다는 것은 무리"라고 밝혔다.
전자발찌를 착용한 상태에서 또 다른 범죄를 저지르는 사례는 서씨뿐만이 아니다. 앞서 2일 울산에서도 미성년자를 성폭행한 혐의로 전자발찌를 찬 40대 남성이 60대 여성을 성폭행해 붙잡힌 일이 발생했으며 지난해 11월 경기도 수원에서는 성범죄를 저질러 6년을 복역한 40대 남성이 출소한 후에 제수를 성폭행하려다 구속되기도 했다. 피부착자의 위치와 이동경로를 24시간 추적할 수 있어 재범을 예방할 수 있다고 알려진 전자발찌지만 마음먹고 저지르는 범죄에는 속수무책이라는 문제점이 드러난 것이다.
전문가들은 전자발찌는 '누군가 나를 감시하고 있다'는 생각을 심어줘 전과자를 위축되게 하고 추가적인 범행을 막을 수 있지만 발찌의 기본적인 기능이 위치추적에 한정돼 범행 여부를 파악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착용자들이 누군가 나를 감시한다는 압박을 받는 효과가 있지만 전자발찌는 위치만 감시하는 것이지 행동정보를 알려주는 것이 아니다"라며 "보호관찰관 이외에 경찰과 연계해 대인감시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처벌이나 마찬가지인 전자발찌 제도보다는 치료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조은경 한림대 심리학과 교수는 "전자발찌는 일시적으로는 강력한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이며 근원적인 효과 측면에서는 아직 의문"이라며 "성범죄 재발을 근원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성범죄자의 정신 교화나 심리 치료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강호성 법무부 보호관찰과장도 "전자발찌만 채우는 것은 재범 예방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며 "전과자에 대한 지속적인 심리치료와 가족 관계 회복 등을 통해 사회적 유대감을 만들어나가야 반복되는 범행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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