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경유가격이 급등하면서 고민에 빠졌다. 마땅한 대책을 내놓기도 어려운데다 유류세 인하처럼 대증요법적인 대책만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더구나 정부가 유류세 합리화 차원에서 경유와 휘발유에 붙는 세금 차이를 줄이는 대책을 내놓은 뒤 공교롭게도 경유가격이 급등하면서 스스로 진퇴양난에 빠진 셈이다. 25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여론의 압박으로 경유 값에 붙는 세금을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한 채 경유 소비만 부추기는 결과만 낳을까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문제는 정유가격은 싱가포르 현물시장의 가격과 연동하고 있어 국제가격이 오르는 한 가격인하를 기대할 수 없는 구조라는 점이다. 또 중국이 원유 정제시설 보수로 하루 9만배럴선이던 경유 수입량을 2배 이상인 20만배럴로 늘리면서 가격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손쓸 틈도 없이 경유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완성차 업계는 경유차 판매부진으로 신음하고 있다. 유사 경유 범람, 화물연대 파업 경고 등의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 경유, 휘발유와 다르다 “세금 내려라”= 휘발유와 달리 경유는 대중교통ㆍ화물차 등의 주요 연료라는 측면에서 가격급등을 방치하면 안 된다는 게 ‘세금 인하론자’들의 주장이다. 화물연대는 표준요율제 시행과 고유가 대책 마련 등을 정부에 요구하면서 오는 6월10일까지 정부가 적절한 대책을 내놓지 않을 경우 운행중단 등 강경투쟁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는 최근 경유 값 상승폭이 휘발유에 비해 훨씬 크고 늘 휘발유에 비해 쌌던 경유 값이 일부 역전되는 현상까지 벌어진 탓이다. 물가가 2배 남짓 오른 최근 18년 동안 국내 휘발유 소비자가격은 5배, 경유는 10배나 폭등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치권도 이 같은 의견에 동참하고 있다. 지지율 급락을 겪고 있는 여권은 민심을 달래자는 차원에서 기름 값에 붙는 세금인하를 강조하면서 재정부에 다양한 통로를 통해 의견을 전달하고 있다. ◇ 난감한 정부, “세금인하가 대책 아닌데….”= 화물연대와 정치권 등의 압박이 가해지고 있지만 일단 정부는 “세금인하는 안 된다”며 버티고 있다. 고유가 시대에는 에너지 절약을 유도해야지 세금인하는 대증요법이라는 것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2개월 전 유류세 인하가 과연 효과가 있었는지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개월 전 빗발치는 여론에 밀려 유류세를 일부 인하했지만 국제유가ㆍ환율 상승으로 약발은 1주일만 소진됐었다. 경유에 붙는 세금을 깎아주면 휘발유와 경유에 붙는 세금 차이가 더 커지면서 국제시장에서 더 비싸게 거래되는 경유를 우리나라에서만 더 많이 쓰도록 부추기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더구나 경유가격이 국제가격에 연동된다는 점에서 국내 대책은 한계가 있다. 국제시세는 경유가격이 휘발유가격에 비해 더 비싸다. 가격급등세도 더 크다. 국내가격 인하에 제약이 따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도 없는 실정이다. 무엇보다 휘발유와 달리 경유는 생계형 소비층이 많다.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솔직히 고민이 많다. 대책을 내놓기는 해야 할 텐데…”라면서 말끝을 흐렸다. 결국 세금인하보다는 특정 계층에 혜택이 돌아가는 맞춤형 대책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는 게 정부 측의 설명이다. 정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만약 대책을 내놓는다 해도 모든 경유차 사용자에게 무차별적인 혜택 예를 들면 세제인하 등을 내놓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생계형 소비자에 중점을 둔 정책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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