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미 재무부는 이날 기업들의 해외 본사 이전 요건을 강화하고 본사 이전에 따른 절세이익이 줄어들도록 행정조치를 마련했다. 정부의 '세금 바꿔치기' 규제 법안이 "법인세율 인하 등 세제개혁이 동반돼야 한다"는 공화당의 반대에 가로막혀 의회 통과가 불투명해지자 행동명령이라는 우회로를 선택한 셈이다.
이번 조치는 특히 본사를 외국으로 옮긴 기업이 미국 정부에 합당한 세금을 내지 않을 경우 해외 보유자금에 접근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해외 계열사의 자금을 새 본사로 이전해 미 정부가 부과하는 해외 배당소득세를 회피하는 이른바 '사방치기(hopscotching)' 수법을 봉쇄하겠다는 것이다. 앞으로는 미국의 모기업이 세금부과를 피하려고 발생한 수익을 해외 자회사에 대한 대출 형식으로 내보내더라도 세금이 부과된다. 미 재무부는 미국 기업이 M&A 이전에 특별배당으로 회사 규모를 줄이는 것도 막기로 했다.
재무부는 새 규제안을 22일 이후 성사된 M&A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이전에 성사된 M&A에도 소급 적용하려면 법률개정이 필요한데 이는 의회에 막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이번 규제안 중 일부 조항이 법적 분쟁의 소지를 안고 있다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해외 본사이전 요건이 되는 지분율 기준도 강화된다. 지금까지는 미 기업과 외국 기업 간의 M&A로 신설되는 법인의 외국인 지분율이 20% 이상이면 본사를 해외로 옮길 수 있었지만 이를 50%로 높이는 내용의 법률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새 규제안이 시행돼도 본사 이전을 통한 미국 기업들의 편법적 절세를 모두 막을 수는 없다고 내다봤다. 다만 이번 발표로 미 기업들의 조세회피 시도가 상당 부분 줄어들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M&A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제이컵 루 미 재무장관은 이날 "미국 정부의 과세를 피하려는 '세금 바꿔치기' 기업들의 혜택이 크게 감소할 것"이라며 "향후 추가 조치를 강구하는 한편 다른 나라와 조세협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