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뉴욕 주식시장은 유럽에 달려있다' 장밋빛 전망으로 시작했던 올해 뉴욕 주식시장은 일본 대지진,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강등, 유로존의 채무위기 등 대형변수들에 휘말려 많은 굴곡을 겪었다. 내년에도 여전히 초대형변수인 유럽위기의 향방에 따라 좌우될 것이란 게 월가의 전망이다. 최근 미국의 투자전문지인 배런스가 주요 월가기업의 주식투자 전략가와 펀드매니저 등 1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스탠다드 앤드 푸어스(S&P) 500지수의 내년 마감지수는 평균 지금보다 11%정도 높은 1,360으로 예상됐다. 배런스는 이 지수가 1년전 이맘때 2012년 전망치와 거의 같은 것이라면서도 새해 경제와 주식시장에 대한 기대는 그 때가 훨씬 더 컸다고 지적했다. 패턴은 여러 변수가 많은 상반기 약세를 보이다가 하반기로 갈수록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견해가 주류를 이뤘다. 배런스의 내년 시장 전망을 요약한다. ◇"유로존 채무위기가 시장 향방 좌우"= 유로존의 채무위기 해결과정은 길고도 매우 어려울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로버트 돌 블랙록 투자전략가는 "유럽지도자들이 문제해결을 위해 바람직한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다행"이라면서도 "시장의 요동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S&P 500지수의 전망치로 1,330을 제시한 배리 냅 바클레이즈 캐피탈 투자전략 헤드는 "지난해 이맘때쯤이 훨씬 더 분위기가 좋았다"며 자신의 내년 지수전망치에는 유럽의 채무위기가 점진적으로 안정되고, 2012년 11월 대통령 선거를 계기로 미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줄어든다는 것을 가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미국 경제는 만약 독일이 리세션으로 떨어지지 않고, 유럽을 제외한 다른 경제권이 괜찮다면 미국경제는 유럽위기에 비교적 안정된 양상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푸르덴셜의 존 프라빈은 "지금은 주가수익비율은 유로존 국가 일부의 예상치 못한 디폴트까지 감안한 매우 극단적인 시나리오에 따른 것"이라며 조사에 응한 전문가 가운데, 가장 높은 내년 1,430을 목표치로 제시했다. 반면, 데이비드 코스틴 골드만삭스 투자전략가는 S&P 500지수의 목표치를 1,250을 제시하면서도 몇 개의 유럽국가가 빚을 감당하지 못해 디폴트를 선언할 경우, 900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우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버냉키 풋은 계속된다= S&P 500 기업들의 이익은 여전히 양호할 것으로 전망됐다. 내년 S&P 500기업의 주당 이익은 평균 105달러로 올해 98달러보다 7% 정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이는 7월의 예상치 113달러에 비해서는 낮아진 것. 미국 주가는 역사적으로 봤을 때 여전히 낮은 편. 주가수익비율(PER)는 올해 12.5. 경제적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이 비율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는 없었다. 아담 파커 모건스탠리 투자전략가는 향후 수년간 이 비율이 10정도까지 낮춰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토비어스 레프코비치 시티뱅크 전략가는 주가수익비율을 뒤집은 S&P 500의 수익비율이 8%에 달해 10년만기 국채수익률 2%와 차이가 6%포인트로 역사적으로 볼 때 이 수준에서는 주가가 강세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S&P 500기업의 유럽에 대한 매출 의존도는 8%에 불과해 미국 기업들이 받는 유럽 위기의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배리 냅은 "미국 경제는 만약 독일이 리세션으로 떨어지지 않고, 유럽을 제외한 다른 경제권이 괜찮다면 미국경제는 유럽위기에 비교적 안정된 양상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JP모건의 토마스 리는 현재 나온 기업들의 이익 예상치가 워낙 낮아 결과적으로는 이를 초과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식시장이 하락할 때마 적극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해 시장의 추가하락을 막은 것을 의미하는 '버냉키 풋(Bernanke put)'이 내년에도 시장을 떠받칠 것이라는 기대도 여전했다. 존 프라빈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3차 양적완화를 언급하며"전세계 주식시장이 유럽문제로 인해 어려움을 겪겠지만, 미국시장은 그럭저럭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11월의 대통령선거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재집권 여부는 주식시장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게 모든 전문가들의 예상이었다. ◇"현금 흐름 좋은 기업이 최고"= S&P 500 주가는 지난 5년 사이 약 15%가 하락한 상태로 투자업종이나 종목을 선정하는 매우 어려운 문제다. 전문가들은 내년 우선적으로는 현금흐름이 풍부한 기업을 유망투자대상으로 꼽았다. 아담 파커는 필립 모리스, 맥도날드, 마이크로 소프트, 코스트코 등을 지목하며 내년에도 수익률 상승과 배당 상향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내년 세계경제의 전망이 썩 밝지 않음에 따라 소매업체, 에너ㆍ통신 등 해외 매출 비중보다 미국내 비중이 높은 기업들도 유망할 것으로 전망됐다. 또 시장에서 IT업체들에 대한 저평가 현상이 두드러진다며 애플을 비롯한 기술주들의 상승을 예상한 전문가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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