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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 Story] 장훈철 에피밸리 대표

"초등생때부터 생업전선 뛴 경험이 성공의 밑거름 됐죠"<br>우유·신문배달등 일하며 쉽게 좌절하지 않는법 배워<br>작년 대표 취임후 LED 특화 힘써 부채비율 대폭 낮춰<br>직원들과 함께 공장서 땀 흘릴때가 가장 즐겁고 행복




지난 1998년 겨울, 당시 28세의 나이로 대학 졸업장을 받아 든 장훈철(40ㆍ사진) 에피밸리 대표의 마음은 어느 때보다 무거웠다. 생업전선에 뛰어드느라 휴학과 복학을 반복하며 거의 10년 만에 과 수석으로 학사모를 썼지만 그의 앞에 놓인 것은 밝은 미래의 약속이 아니라 3,600만원의 빚이었다. 가세가 기울며 덧씌워진 막대한 빚은 이제 막 사회에 첫 발을 내디딘 그의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었다. 누구보다 절박했던 젊은 청년의 심정은 성공을 향한 강한 동력이 됐다. 그로부터 10여년이 지난 지금 장 대표는 매출 1,000억원 규모의 LED전문기업 에피밸리를 이끌며 '세계 최고'의 꿈을 향해 힘찬 발걸음을 하고 있다. 그는 "그때의 절박함 덕분에 쉽게 포기하거나 좌절하지 않는 법을 배웠다"며 "그 어려움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었을 것"이라고 당시를 회상한다. 장 대표의 아버지는 해직 언론인이었다. 1980년대 군사정권의 언론탄압에 맞서다가 기무사(옛 보안사)에 끌려간 그의 아버지는 고문 후유증으로 20여년간 병상에 누워만 지내다 세상을 떠났다. 초등학생이던 장 대표는 그때부터 어머니와 함께 생업전선으로 내몰렸다. 부르튼 손으로 우유배달부터 신문배달까지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비를 보태야 하는 날들이 시작됐다. 학교에서는 줄곧 1등을 놓치지 않는 우등생이었지만 기성회비를 내지 못해 교무실에 불려가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불운의 그림자는 대학 졸업 후에도 쉽게 가시지 않았다. 힘들게 취직한 증권사는 외환위기의 여파로 문을 닫아 그는 1년 만에 실직자 신세가 됐다. 이후 가족의 생계에 대한 책임감으로 증권사들을 전전하며 힘겨운 인턴생활을 이어가던 어느 날 그에게 첫 번째 기회가 찾아왔다. 우연히 알게 된 캐릭터 관련 벤처회사 간부가 그의 성실함과 능력을 눈여겨보고 대표이사 자리를 제의해온 것. 어둡고 긴 터널에 '한 줄기 빛'이 보이는 순간이었다. 서른 살 젊은 나이에 CEO가 된 장 대표는 거칠 것이 없었다. 그는 순수 국내 기술과 인력을 가지고 '두기' 등 토종 캐릭터들을 만들어 국내 최초로 홍콩ㆍ일본 등 해외시장에 진출했다. '남들이 시도하지 않은 일을 해보자'는 생각에서 내린 결정이었다. 해외 애니메이션 업체들의 하청작업에만 머물던 국내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그의 행보는 파격 그 자체였다. 그렇게 시작한 수출은 막상 실적 면에서 기대에 미치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CEO로서 그의 능력을 크게 인정받는 계기가 됐다. 지금도 그는 "이후 국내 애니메이션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해외진출에 나서게 되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는 자부심이 있다"고 강조한다. 애니메이션 업체에서 경영능력을 인정받은 장 대표는 이후 물류ㆍ가전ㆍLEDㆍ여행사 등의 업종을 거치며 지평을 넓혔다. 특히 2007년 인수합병(M&A)을 겪었던 메디아나전자(현 ST&I)에서 6개월 동안 직원들과 동거동락하며 구조조정을 총괄했던 이력은 그에게 에피밸리 대표이사의 길을 열어줬다. 에피밸리는 삼성전기와 함께 LED칩시장의 선두기업이면서도 2008년 최악의 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M&A 매물로 거론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창사 이래 최대위기 국면에서 재무개선과 조직개편 등의 임무를 떠맡고 '구원투수'로 나선 것이 바로 장 대표였다. 그는 "처음 대표이사 자리를 제안 받았을 때 회사 사정이 어려워 당혹감을 느꼈다"면서도 "에피밸리의 기술력과 직원들의 패기, 그리고 세계 LED시장의 폭발력에 확신을 갖게 됐다"고 대표직을 맡은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해 3월 에피밸리 대표이사로 취임한 장 대표는 제일 먼저 주소지를 에피밸리 본사가 있는 경북 구미로 옮겼다. '잠시 스쳐 지나가는 월급쟁이 사장이 아니라 에피밸리에 뼈를 묻겠다'는 각오였다. 지금도 그는 회사가 마련해준 사택을 마다하고 직원들과 함께 1년여 동안 기숙사 생활을 해오고 있다. 이런 열정에도 불구하고 에피벨리에서 그의 발걸음은 쉽지 않았다. 일부 임직원들은 젊은 CEO에 반기를 들고 회사를 떠나기도 했고 회사를 LED사업에 특화하기 위해 사업 구조조정을 단행할 때는 기존 주주들의 거센 반발과 증권시장의 악성 루머로 고초를 겪기도 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의지를 꺾는 대신 발로 뛰며 직접 주주들과 임직원을 설득했다. 그는 "단지 매출 볼륨을 유지하기 위해 수익성 없는 사업을 문어발식으로 유지하는 것은 자살행위나 마찬가지"라며 "선택과 집중을 통해 세계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기술력을 키우는 것이 중장기적인 먹을 거리를 보장해준다는 것이 신념"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그의 '진정성'은 냉랭했던 시장과 임직원들의 마음을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장기 투자자들도 대거 늘어나 2008년 말 737%에 달했던 부채비율은 올 3월 말 현재 166%까지 낮아졌다. 회사를 떠났던 직원 중 복직을 했거나 복직의사를 밝힌 사람들도 적지 않다. 위기에서 빛을 발한 그의 열정은 여전히 식지 않고 있다. 지금도 장 대표는 공장 안에서나 밖에서나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항상 에피밸리 작업복 차림이다. 언제 만나도 한결같다. "에피밸리를 대표하는 사장이 에피밸리 옷을 걸치는 게 당연하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는 다른 CEO들처럼 말쑥한 양복 차림으로 포럼에 참여하고 접대 골프를 치는 것은 상상해본 적도 없다며 손사래를 친다. "직원들과 생산라인에서 같이 땀 흘리고 점심시간에 족구를 하는 소소한 일상이 즐겁고 행복하다"는 그는 "이렇게 함께 호흡하며 같은 비전을 바라본다면 언젠가 세계 최고의 LED기업이 돼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에 찬 표정을 지어 보였다. ●장훈철 대표는 ▦1971년 서울 ▦1998년 명지대 경제학과 ▦1998년 한국산업증권 ▦2000년 코믹애드 대표이사 ▦2003년 한신코포레이션 이사 ▦2004년 코코엔터프라이즈 상무 ▦2005년 KGB택배 상무 ▦2006년 청풍 부사장 ▦2007년 메디아나전자 부사장 ▦2008년 온누리여행사 부사장 ▦2009년 에피밸리 대표이사
中공략등 미래 먹을거리 확보 '잰걸음'
세계 첫 '6인치 LED 에피웨이퍼' 개발도 에피밸리는 지난해 재무개선 및 사업 구조조정의 힘든 시기를 보내는 동안에도 해외 합작법인 설립, 인력양성, 신기술 개발 등 미래 먹을 거리 확보를 위해 발 빠른 행보를 보여왔다. 특히 최근에는 중국 일렉테크와 손잡고 합작법인인 '3E SEMICONDUCTOR' 설립을 완료해 중국 LED시장 진출을 본격화했다. 이를 통해 중국 양저우(揚州 )에 설립하는 공장은 총 20만㎡ 규모로 지난해 12월 착공됐다. 이는 700억원 규모의 1차 설비투자를 포함, 합작법인을 통해 총 7,000억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에피밸리는 1차적으로 유기화학증착장비(MOCVD) 34대를 발주하고 오는 12월부터 일부 양산을 개시하는 데 이어 2013년까지 총 100대 규모의 MOCVD 설비증설을 마칠 계획이다. 생산능력 제고를 위한 인력양성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에피밸리는 영남대 LED-IT융합산업화연구센터와 LED산업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협약서를 체결해 최근 35명의 연구직 및 엔지니어 등 신규 인력을 채용했으며 산학협력을 통해 올해 안에 관련 신규인력을 100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기술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에피밸리는 최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함께 6인치 LED 에피웨이퍼 개발에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6인치 에피웨이퍼는 두께가 1.0㎜로 현재 경쟁사가 개발 중인 1.3㎜ 웨이퍼에 비해 30%가량 얇다. 회사 측은 이를 통해 대부분의 LED업체들이 사용하는 2인치 대비 35% 이상 생산량이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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