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현지시간) 미국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는 최근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가 20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한 것은 중국의 수출증가에 원인도 있지만 중국 정책당국의 외환시장 정책에 실질적인 변화가 나타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런던외환시장의 달러 대비 위안화는 6.0414위안으로 지난 1994년 1월 이후 2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국 내 고용지표 약세로 인한 달러화 가치 하락과 중국 당국의 무개입이 만들어낸 결과라는 분석이다. 최근 위안화가치는 지난해 11월5일 심리적 저항선이었던 6.1위안을 깬 후 하락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런던시장의 외환투자가들은 중국의 무역수지 흑자 등을 감안할 때 위안화가치는 지금보다 2~3% 정도 더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무역수지 흑자만으로는 설명이 안 된다. 지난해 중국의 무역액은 4조달러를 돌파하며 미국을 앞질러 세계 1위 규모에 올라섰지만 대외무역 흑자는 2012년보다 284억달러 줄어든 2,597억달러에 그쳤다. 미국에 대한 흑자폭이 줄어든데다 글로벌 소비경기가 위축된 상황에서 흑자규모가 늘어나지는 않은 것이다.
오히려 최근의 위안화 강세는 중국 당국의 스탠스 변화를 촉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션 요코타 스칸디나비스카 엔스킬다 방켄의 싱가포르법인장은 "수출과 무역흑자가 위안화 절상에 여전히 압력을 행사하고 있지만 이보다는 중국 금융당국이 위안화 절상을 막기 위한 액션을 취하지 않는 데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안화가치의 추세적인 상승에 불을 붙인 것은 지난해 11월 저우샤오촨 인민은행 총재의 발언이다. 지난해 11월 19일 저우 총재는 공산당 18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3중전회) 결과를 설명하면서 “외환시장 개입을 자제하고 하루 환율 변동폭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2005년 7월 고정환율제(페그제)를 폐지하고 관리변동환율제를 시행한 중국은 정부가 환율을 고시하긴 하지만 하루 ±0.3% 범위 안에서 자유롭게 거래하도록 하고 있다.
2007년 5월 ±0.5%, 2012년 4월 ±1.0%로 각각 변동폭을 확대했고, 그때마다 위안화 값이 출렁였다. 이번에도 1년8개월여 만에 중국 정부가 환율 변동폭을 넓힐 것이란 기대감이 위안화 가치 상승을 이끌며 심리적 지지선 이었던 달러당 6.1위안도 가볍게 깼다.
중국 정부는 이미 위안화 강세를 용인하는 쪽으로 정책의 방향을 옮겼다. 중국 경제의 기초체력이 그만큼 강해진 데다 정책 목표인 ‘위안화 국제화’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여기다 내수확대를 통한 경제체질개선에도 위안화 강세가 필요하다. 위안화 국제화를 위한 시범지역인 상하이자유무역지대(FTZ)의 자본금 태환 등의 조치는 이르면 2월경 시행될 것이라고 투광샤오 상하이 부시장이 언급을 한 상태다. 한 걸음 더 나가 금리 책정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양도성예금증서(CD) 발행까지 허용하며 환율 변동폭 확대에 발맞춰 금리 자유화도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구상도 내비치고 있다.
그렇다고 위안화 강세에 대한 고민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시장개혁과 내수확대 등을 위해 위안화 강세를 용인하긴 하지만 국내 물가와 수출기업들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환율이 평가절상되면 수입물가가 하락해 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중국의 경우 시중에 유동성이 잔뜩 공급된 상황에서 오히려 물가가 오르고 있다. 이강 인민은행 부총재의 말처럼 환율로 기업이 이익을 보던 시대가 지났다고 하지만 위안화강세는 인건비 등 제조비용을 증가시키며 중국 수출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지난해 12월 중국의 수출량은 전년대비 4.3% 상승했으나 전달 상승폭인 12.7%에 비해선 3분의1에 불과하다. 위안화 강세로 인한 수출기업의 피해가 중소수출업체에 더 가중된다는 점도 중국 정부에게는 고민이다. 저렴한 비용을 찾아 중국으로 왔던 외자기업도 위안화 강세에 중국을 떠나고 있다. 중국 제조업에서 외국인직접투자액(FDI)는 2013년 11개월간 647억 달러로 전년대비 5.7% 감소한 반면 베트남의 FDI는 80%나 늘었다.
일단 외환시장에서 손을 뗀 중국 정책당국이 어느 정도 수준까지 위안화 강세를 용인할 수 있을까에 시장은 주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달러당 6위안을 유지하느냐의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취홍빈 HSBC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정부의 예상보다 빠르게 위안화 국제화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위안화 자유화의 목표도 빨라 질 것”이라며 “6위안이란 마지노선을 깬다 해도 중국 금융당국이 호들갑을 떨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위안화, 금리자유화 등 금융시장개혁이 당초 목표한대로만 간다면 과거와 같이 하루하루 시장에 개입하지는 않을 것이란 말이다.
지난해 5월 위안화 국제화 시간표를 제시했던 천위루 인민대 총장은 “특정 국가에 대한 수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라고 위안화 국제화가 필요하다”며 “안정적 내수 기반을 만들 때 까지는 위안화 강세를 용인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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