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가 혹독한 긴축정책을 펴고 있음에도 공공부채가 사상최고치를 경신하고 정부 재정적자도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유로존 3위 경제국인 이탈리아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내 위기국에 지급한 지원금이 크게 늘어난 데 따른 결과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탈리아 국민들이 아무리 허리띠를 졸라매도 소용없다는 긴축 회의론이 확산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중앙은행은 지난 6월까지 이탈리아 공공부채가 전월 대비 66억유로 늘어난 1조9,730억유로를 기록,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다고 발표했다. 6월까지 정부의 재정적자 규모도 전월 대비 11억유로 증가한 470억7,000만유로에 달했다고 밝혔다.
연금수령 연령을 대폭 높이고 부가가치세를 비롯한 전체 세율을 올리는 등 긴축에 박차를 가하는 이탈리아의 공공부채와 재정적자가 오히려 늘어난 것은 그리스 등 유로존 내 위기국으로 가는 지원금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상반기 이탈리아는 총 61억유로를 위기국에 지원했으나 올 상반기에는 지원금이 약 2.8배인 166억유로로 늘어났다. 아무리 국내에서 씀씀이를 아껴도 외국으로 돈이 물 새듯 빠져나가 긴축이 무용지물이 되고 있는 셈이다.
이탈리아로서도 이를 막고 싶지만 유로존 출범 당시의 규정 때문에 발을 뺄 수 없는 상황이다. 1998년 6월 출범 당시 유로존은 각국 국내총생산(GDP)과 인구에 비례해 유럽중앙은행(ECB)과 구제금융기구 등에 일정액을 출자했다. 이에 따라 이탈리아의 ECB 출자분은 역내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과 프랑스 다음으로 많고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출자비율도 세 번째로 많은 17%에 달한다. 제 코가 석자인데도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다른 나라를 도와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로이터는 이처럼 재정긴축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면서 이탈리아의 전면 구제금융 가능성도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이탈리아의 10년물 국채금리는 5.9%로 다시 한번 6%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날 발행한 80억유로 규모 1년 만기 국채금리도 2.767%로 이전보다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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