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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근한 입동의 우중 속리산

2003/11/8(토) 오전:비, 오후: 갬초록산악회: 40명 상주 장암동 매표소(9:25-40) ? 마지막 휴게소(오송폭포 갈림길:9:45) ? 쉴바위 (10:25) ? 665m (10:40) ? 750m (10:48) ? 백일산 제단( 11:00) ? 문장대 매점(1033m: 11:20-12:10) ? 신선대 (12:40) ? 경업대 (920m:13:00) ? 금강대피소(관음암자)(13:20) ? 비로산장 - 세심정 (14;15) ? 법주사입구(15:00) ? 목욕. 동아리 식당 (15:20-16:40) - 출발(16:50) ? 강남역(20:00) 중부고속도로 증평 IC ? 510번 지방도로 ? 증평읍 ? 청안-592번 지방도로 청천 방향 ? 부흥리에서 37번국도 ? 금평에서 32번 지방도- 송면리에서 우회전 49번도로 ?장암교 ? 시어동 관리사무소 긴장한 탓인지 눈이 일찍 뜨였다 (4시). 주섬주섬 추위에 초점을 맞춰 배낭을 꾸리긴 했어도 비가 온다니 문밖을 나서는 게 여간 꺽정스럽지 않다. 여러 번 우중 산행을 했지만 그 때마다 우의 입고 걷는 것 때문에 싫었던 터다. 거기다 오늘은 겨울로 들어서는 입동(入冬)이니 산 정상쯤에서는 날씨가 얼마나 추울지도 모를 일이다. 5시반 집을 나서니 우산을 쓸 정도는 안돼 개일지도 모른다는 기대감도 있었다. 천호역을 나오려니 빗발이 꽤 세다. 차대장님한테 전화를 해보니 동대문을 지나고 있다고 해 조금 있다 지하철을 빠져 나와도 될 것 같다. 한 두 사람씩 지하철에서 내려 나온다. 밖에 나가자 윤회장님, 김복수님, 이순우님 등 많이 도착해 비를 피해 서 있다. 생각보다 춥지는 않은데 비 때문에 날은 아직 어두침침하다. 본사 6시 출발. 천호역 6시반 도착 계획에서 20분 늦은 6:50 도착. 47명 신청에 7명만 빠졌으니 성적이 우수한 편이다. 특히 여자 분들의 수가 10명이 넘어 보인다. 주 5일제가 시작되면서 등산은 일상생활의 일부가 된 것인가? 나는 이 상무와 버스에서 유일하게 한 줄 다섯좌석으로 된 바닥이 높은 제일 뒤(41,42번)에 자리를 잡았다. 밖을 내다 보는 것은 아예 포기했다. 잠도 붙여야 할 것 같은 생각도 들었다. 중부고속도로를 타고 음성 휴게소 (7:45-8:00)에서 기지개를 한번 켜라는 데 나가기도 싫다. 증평 IC를 빠져나와 (8:25) 510번 지방도로로 갈아타 동쪽으로 달린다. 버스 운전석의 와어퍼의 움직임이 느려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증평읍내를 지나 청안에서 592번 지방도, 37번 국도, 32번, 49번 지방도를 타고 장암교에서 우회전 시어동 매표소 주차장에 이른다. 비는 와도 차가 거의 없어 왕복 2차선 도로를 막힘없이 달렸다. 언듯 언듯 눈에 띄는 게 논에는 추수하고 난 밑둥만 스산하고 어쩌다 밭의 배추는 윗 부분을 동여매 포기 속을 채우고 있는 정도였다. 속리산 능선이 경북 상주와 충북 보은의 경계선으로 돼 있지만 보통 법주사가 있는 보은에서 시작하는데 우리는 상주에 유일하게 매표소가 있는 화북면 시어동 주차장에서 시작한다. 도착해도 빗줄기는 여전하다. 9:25. 차대장께서 등산 포기하고 그냥 법주사로 갈 분 있느냐는데 아무도 대답이 없다. 그러자 차대장님은 ``비사이로 피해 절대 비를 맞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당부한다?! 대부분 우의를 꺼내 입는다. 나는 우산으로만 버텨 볼려고 버스를 내렸더니 빗발이 굵다. 다른 사람 따라하는 게 제일 좋겠다 싶어 우의로 교체. 오송교를 건너니 ``마지막 휴게소``라고 쓰인 간판을 단 가게가 하나 있다. 대부분 보은쪽에서 온다고 볼 때 마지막이란 뜻인 모양이다. 오른쪽으로 문장대까지 3.1km. 왼쪽으로는 성불사와 오송폭포 간다는 이정표가 있다. 장암교에서 주차장 들어오는 오른쪽 산에는 견훤성도 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이 등산하는 사람들에게는 크게 의미가 없다. 항상 일정이 바쁘니까. 활엽수는 낙엽을 떨군지 오래 됐다. 사실 올 때는 추수 후 논에서 나락 이삭 줍듯 혹시 고은 가을 단풍 남쪽으로 정신 없이 달려 내려가다 남기고 간 부스러기라도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었다. 하기야 2주전 (10월 25일) 가리왕산을 찾아가며 하진부에서 등산 들머리까지 20여분 양 옆 산에 펼쳐진 고운 단풍에 마음 뛰었다가 막상 산속에 들어가니 전혀 다른 경험을 했기 때문에 그렇게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붉은 당단풍과 노란 낙엽송, 갈색의 신갈나무가 빚어 논 가을색 트리오였는데… 생각보다는 등산로가 잘 되어 있다. 여기도 보은 쪽이나 마찬가지로 등산객들이 많이 다닌다는 얘기다. 그래서 혼자 가도 길을 잃을 일은 전혀 없어 보인다. 참나무 등 활엽수들은 잎을 다 떨구었고 말라비틀어진 잎이라도 매달고 있는 것은 단풍나무. 그냥 떨궈내기가 마냥 아쉬운지 죽은 자식 부등켜 안고 놓을 줄 모르는 어머니 같다. 골짜기를 가는 데다 비에 운무 때문에 바로 주위에서 재미를 찾을 수 밖에 없다. 겉보기에 살아 있는 것이라고는 이끼와 소나무, 복조리를 만드는 조릿대. (작년에 법주사 경내 기념품가게 아저씨 한테 산죽이라고 했다 혼난 기억이 있다.) 조릿대는 등산을 하면서 양옆에 계속 따라온다. 비는 내려도 입동이라기 보다 입춘 같은 포근한 날씨. 비를 맞으며 30여분 걸으니 몸을 우의로 밀폐해 놔 열이 나기 시작한다. 차대장님은 잠깐 옷정리 할 겸, 더위도 시킬 겸 쉬란다. 경사도 가파르지기 시작한다. 거의 후미다. 남성 근육질 굴참과 여성 보디 빌더 서어나무 오르면서 보니 굴참나무가 많고, 이름표를 달고 서 있는 서어나무가 역시 다른 산에서보다 많이 보인다. 잎이 없는지라 줄기만 보고 오르니 줄기얘기를 꺼내지 않을 수 없다. 서어나무는 자작나무과라고 하지만 몸통으로 보면 한지 같은 부드러운 껍질이 옆으로 벗겨지는 자작의 8촌도 되어보이지 않는다. 서어나무의 몸통은 가을빛에 약간 말랑한 엿가락 두개를 위아래 잡고 반 바뀌 비틀었을 때의 모습을 생각하면 틀림없겠다. 여성 보디빌더의 부드럽게 불거진 팔 다리의 긴 근육이라고나 할까. 이와는 달리 푹신푹신한 코르크질이 발달된 굴참나무의 트렁크는 남성 챔피언 보디빌더의 깊게 패인 짧은 이두박근이나 삼두박근처럼 야성미 만점이다. 그래서 항상 굴참이 보이면 만져보고 싶다. 남성인 내가 이를진 데 여성들이 이 나무를 알면 가만이 있지 않을 것이다. 칭찬하는지 눈치를 챈 단풍나무가 자기 몸통도 보란다. 매끔해 그렇게 많이 서어나무에 뒤질 것 같지는 않다. 그런데 잘 보일려고 연지 꼰지 찍듯 화장을 좀 했단다. 마치 온 몸에 버즘나무(프라타나스)의 버짐 피어난듯, 어찌보면 곰팡이 슨 것처럼 해 오히려 원 몸매를 망친 것 같다. 역시 단풍나무는 가을 시뻘건 잎으로 승부를 거는 게 더 나아보인다. 그러면서 조금 더 자연 돌계단을 오르니 노린재 나무가 자기는 어떠냐고 묻는다. 그러니까 굴참과 서어나무가 ``지금 아저씨 얘기하고 있는 게 무슨 `내신` 시험 얘기하는 줄 아느냐``며 웃는 것 같다. ``여기는 수능 시험장이야!`` 둘이 이구동성이다. 내가 생각해도 이럴 때는 단풍나무까지는 몰라도 노린재 정도는 빠져 줘도 될 텐데… 황량한 늦가을 산을 오르다 보니 마음부터 지치기 쉽다. 푸르름이 있는 것도 아니고, 오색 단풍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한겨울의 하얀 눈이 있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장티푸스 걸려 머리가 숭숭 빠진 것처럼 민망스럽다. 그래서 처음부터 등산로 양쪽에 나 있는 조릿대가 힘든 마라토너들을 위해 길가에 응원 나온 시민들마냥 계속 푸른 자신을 보고 오르라며 응원을 한다. 오를수록 많아 아예 문장대 턱밑에는 조릿대 밭이다. 10여분 더 걸어오르니 쉴바위. (10:25) 이런 이름도 있구나 할 정도로 처음에는 영어 이름이 한국화 되다보니 좀 이상해졌나 싶었다. 왼쪽에 몇 개로 길게 누어 있는데 좀 쉬어감직한 바위다. 지금은 비가 와 앉기가 뭣하지만… 비 맞는 우리를 응원하는 자가 또 하나 있다. 어떤 것들은 넓고, 어떤 것들은 길게 비를 피할 수 도 있게 가는 길 옆으로 심심찮게 자리를 틀고 있다. 모가 나 있는 게 없고, 하나같이 두리뭉실 해 부드럽고 포근하고 정감있다. 어쩌면 나 한테 말해주는 교훈같다. ``자신들처럼 부드럽게 있는 모는 다 깍아내라고…`` 화강암을 근간으로 변성 퇴적암이 섞인게 속리산 바위의 특징이란다. 연약한 변성 퇴적암이 씻겨 내려가 문장대의 너럭바위와 같이 절구통 비슷하게 패인 게 많다. 백일산 제단 바위로 된 명당자리가 하나 있다. 문장대까지 0.8km남긴 지점에 있는 ``백일산 제단.`` 집채보다 큰 바위가 비가와도 피할 수 있게 비스듬히 서 있고 깊숙히 한가운데에는 직사각 돌이 하나 놓여 있다. 최근 제를 지낸 흔적은 없어 보이는데 무속을 믿는 사람 같으면 감긴 눈이 저절로 떠질 만큼 한 눈에 들어온다. 그런데 아마도 그런 사람들을 그냥 놔 두질 않을 것이다. 1970년 국립 공원이 지정됐으니 공원 분위기를 해치고 더럽힐 테니 말이다. 태백산등 영험한 산이면 이런 무속관련 바위나 당집이 많았는데 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되곤 했다. 빗줄기가 가늘어지면서 시멘트로 잘 만들어진 배수로가 등산로 왼쪽가에 나 있다. 마치 동내 복개 안 한 하수도 같아 좀 야릇한 느낌이 든다. 위를 보니 작년에 법주사 쪽에서 올라왔던 문장대 가게가 보인다. 사람들이 조금 북적댄다. (11:20) 우리가 후미였기 때문에 다들 문장대에 올라갔다 가게에서 점심을 해 먹을 생각으로 준비해 온 것을 풀려고 한다. 나도 배낭을 내려 놓고 일단 문장대는 올라가 봐야 한다는 생각에 우의를 벗고 우산을 쓰고 올라갔다. 계단을 오르다 보니 남동쪽 바로 아래로 펼쳐진 풍경이 예삿일이 아니다. 운무속에 가을색이 없어진 앙상한 나무들이 바위와 어울어져 있는 모습이 작품이다. 카메라를 가질러 오르던 길을 다시 뒤로 해 가게 안에 들어오니 김치찌게와 도토리묵에다 좁쌀막걸리로 문장대의 흥을 돋구고 있었다. 먹고 나서 단체사진도 문장대에서 찍으면 했었는데 40여분이 지나 나와 보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구름이 사방을 꽉 채웠다. 좋은 기회를 놓친 것이다. 12:10 가게앞에서 잘 나올 것 같지도 않은 단체 사진 두 컷 누르고 신선대로 향했다. 비는 완전히 그쳤지만 안개 때문에 조망은 어렵다. 문장대에서 30분거리라고 쓰여있는데 정확히 30분을 걷고나니 신선대 휴게소다. 12:40. 처음 와 본 곳이다. 가게 아주머니는 도토리묵, 감자전을 먹고 가라는 데, 자리세 톡톡히 내는라 문장대에서 값비싼 좁쌀 막걸리( 페트병 하나에 10,000원)와 도토리묵(한접시 8,000원)을 40명이 먹고 왔으니 팔아줄 수 는 없는 일 아닌가. 앞에 있는 바위가 신선들이 놀았다는 신선대. 어느 신선들이 예약해 놓았냐면 차대장이 목청 높여 불러본다. 사실 시간만 있으며 우리가 신선이 될 수 있는게 아닌가? 날씨가 포근해 문장대에 오르는 길옆에 개나리가 꽃망울을 터뜨리더니 이 곳 신선대에 눈높이로 서 있는 신갈나무도 겨울눈이 처녀 가슴처럼 금방 터질 것 같다. 내리막길을 20여분 내려오니 경업대. 13:00 넓직한 바위가 조망하기도 좋게 있는데 역시 사방이 운무 때문에 들어오지 않는다. 속리산 9개 대(臺) 중 하나로 친명배청파(親明排淸派) 무장인 임경업(1594-1646)장군이 독보대사를 모시고 심신단련과 수도를 하던 곳이란다. 아래 굴속에 장수약수라는 이름의 약수도 있다. 늦게 내려온 사람들끼리 디카를 몇 컷 눌러 보기도 했다. 역시 20여분 내려오니 나무타는 냄새가 구수하다. 관음암자가 있고 나무껍질로 벽을 두른 휴게소가 있는 금강골. 다시 걸음을 재촉하고 있는데 조금 일찍 내려간 차대장님이 소주를 꺼내고 있다. 성남에서 왔다는 젊은 은영기씨 부부가 김치와 풋고추를 내 놓고, 소시지도 나온다. 열 댓명이 모였다. 숨을 돌려 좋고, 주위를 둘러 볼 수 있어 좋다. 은영기씨 부인은 조금 따라주니까 안마시겠다며 ``석 잔 정도는 주어야 한다``며 겁을 준다. 다들 기분이 좋다. 이쪽 계곡에는 졸참과 상수리나무가 많은 모양이다. 낙엽 대부분이 이들의 잎이다. 계곡의 물도 보인다. 물이 머문 소에는 낙엽이 떨어져 가득 메웠다. 드러누워도 물에 젖지 않을 것 같이 빼곡하다. 다 시든 잎을 떨구지 못하는 단풍나무가 올라올 때보다 훨씬 많아 얼마 전 붉게 물들었을 때를 생각하면 아쉽기만 하다. 소나무도 꽤 많이 보인다. 물소리 듣고 낙엽을 밟으며 내려오니 세심정(洗心亭). 14:15. 검붉은 잎을하고 단풍나무 한그루가 서 있다. 내가 생각했다 만난 유일한 가을색 이삭. 그러나 이곳은 이름과는 달리 마음을 닦기에는 너무 세속화 돼 있다. 여러 대의 차가 여기까지 올라와 주차 돼 있고 위에는 음식점이 들어 서 있으니… 이미 내려간 선두의 빨리 내려 오라는 재촉에 법주사 경내도 둘러보지 못하고, 구름이 걸터 앉아 있는 양옆 산자락을 음미할 겨를도 없이 식당에 들어 서니 15:20분. 하산주를 가볍게 하고 16:50분 버스에 올랐다. 전용차선으로 막힘없이 강남역에 도착하니 20:00. 궂은 날씨에다 하산시 너무 시간에 쫓겨 만족스런 산행은 아니었다. 이번 가을은 이렇게 많은 미련을 두고 마감해야 했다. 이제는 눈을 찾는 겨울 산행에 기대를 해 볼 수 밖에 없다. <채희묵 chaehmoo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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