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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2월 17일] 중기중앙회장의 걱정

“오늘 지원책을 보면 일부 기업이 악용할 우려가 있다. 업계 대표들이 모여 하루빨리 대책을 마련하도록 해야겠다.” 지난 12일 청와대 지하벙커에서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를 다녀온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기자들과 만나 이 같은 고민을 털어놓았다. 이날 회의에서는 중소기업에 대한 보증기관의 전폭적인 보증이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조치가 발표됐지만 정작 김 회장의 눈은 내부 로 향하고 있었던 셈이다. 최근 중소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일부 기업들의 모럴해저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중소기업은 도와줘도 끝이 없다는 부정적 인식이 높다는 자성의 목소리마저 나올 정도다. 일본에서 장비를 수입해 판매하는 A사장의 사례가 단적인 예다. 그는 지난해 보상금을 노리고 빌린 돈으로 개발예정지역에 가건물 형태의 공장을 지었다. A사장은 다음달 대출 만기를 연장하지 않으면 당장 부도를 낼 처지이지만 정부의 무조건적인 만기연장조치로 간신히 한숨을 돌리게 됐다고 한다. 정부가 중소기업 대출 전액에 대한 만기연장을 해주도록 함으로써 A사장처럼 정도에서 벗어난 투자를 진행해 스스로 어려움을 자초한 경우까지도 중소기업이라는 이름 아래 똑같이 구조 받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런 까닭에 이번 조치로 현재 추진되고 있는 기업 구조조정마저 물 건너 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한시가 급하게 자금조달이 필요한 위기 상황에서 옥석을 가려가면서까지 중소기업의 대출 연장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결국 중소기업인들의 자정과 자구노력에 상당 부분을 맡길 수밖에 없다. 중소기업에 대한 불신을 벗어버리자면 대다수의 건전한 중소기업들이 움직여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중소업계가 요구해온 대책이 대부분 실현된 만큼 이제라도 일자리 창출, 임원 급여 삭감 등 자구적 노력에 본격적으로 나서야 한다. 한 전자부품업체의 B사장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정부의 과감한 지원조치를 보고 직원 2~3명을 더 채용하기로 마음 먹었다”고 말했다. B사장은 이번에 불안감이 줄어들었고 국가 경제에 보답하는 차원에서 직원을 늘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앞으로 이 같은 중소기업 대표들이 더욱 많이 등장해 경기불황을 돌파할 수 있는 우리 경제의 힘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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