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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꿈꾸는 코스피 2,000 시대

본지, 리서치센터장 주가전망 설문<br>9명중 7명 "하반기 재돌파 가능하다"



미국 시카고 지역에 서식하는 매미는 땅 속 애벌레를 거쳐 온전한 매미가 되는 데 17년이 걸린다. 긴 시간동안 땅 속에서 에너지를 모은 매미의 울음소리는 흡사 잔디 깎는 기계 소리와 맞먹는 엄청난 출력을 낸다. 내공이 쌓여야 힘을 발휘하는 것은 주식시장도 마찬가지다. 코스피지수는 1989년에 처음으로 1,000포인트를 돌파했다. 그러나 몇 번의 도전 끝에 1,000선을 넘어 1,200까지 가는 데는 무려 16년의 시간이 긴 필요했다. 16년 간 3번에 걸쳐 1,000선을 뛰어 넘었지만 장기 추세로 가는 것은 그만큼 고되고 험난한 여정을 거쳐야 했다. 1,200선이 무너지며 1,000선 붕괴 우려를 낳았던 게 불과 2년 전 일이다. 석 달 새 두 번이나 2,000포인트를 넘고 샴페인을 터뜨린 것은 고작 6개월 전이다. 1,500대로 추락하며 투자자들의 눈물을 지어냈던 건 2개월 전이다. 시장은 그렇게 '꿈과 절망'을 먹고 커간다. 어느새 코스피지수는 1,800선을 훌쩍 넘어 1,900선을 위협하며 대망의 '2,000포인트'를 꿈꾸고 있다. 사람들은 말한다. 2,000포인트는 '희망의 고지'라고. 그러나 정상은 언제나 하산을 재촉한다. 발빠른 몇몇 시장 참여자들은 벌써 하산 준비를 하고 있다. 5월 들어 불과 보름 여 만에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빠져나간 자금이 2,000억원을 훌쩍 넘었다. 올들어 국내 증시 주도주로 떠오른 IT와 자동차주는 가쁜 숨을 고르고 있다. 지난 주 초 장 중 한 때 1,900선을 넘은 코스피지수는 일주일도 안 돼 1,800선 마저 위협받는 상황이 됐다. 2,000포인트는 정상의 고지일까, 아니면 보다 높은 곳으로 가기 위한 베이스캠프일까. 1,000선에서 들였던 시간과 땀을 2,000선에서도 똑같이 들여야 하는 걸까. 이번 주 다트머니는 모든 투자자들이 다시 꿈꾸는 2,000포인트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2,000포인트를 앞두고 펀드 투자의 시기도 저울질해 본다. 글로벌 신용위기 진정·기업실적 호조등 호재많아
IT·자동차등 수출株 주도로 주가 상승 이끌것
신흥시장 고성장 수혜 건설·조선·철강등도 유망
일부선 "인플레 우려 해소돼야 2,000P 넘어설것"
지난 해 연말, 각 증권사들은 앞다투어 올해 코스피 지수가 2,000선을 훌쩍 뛰어넘을 거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놨다. 그러나 지난해 11월을 고점으로 코스피지수는 1,500선까지 밀려나며 깊은 조정을 겪었다. 그러나 조정은 새로운 스타를 만드는 법. 지난 2~3년간 국내 증시에서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던 ITㆍ자동차 등 이른바 수출주들이 새로운 주도주로 각광받으며 1,800선 후반까지 지수를 끌어올리는 견인차 노릇을 했다. 지난 주 들어 코스피지수가 약세를 보이며 1,800선을 위협받고 있지만 비관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는 주장이 여전히 대세를 이루고 있다. 3월 중순 이후 코스피지수가 24% 넘게 오른 데 따른 '아름다운 조정'이라는 시각이다. ◇하반기 중 2,000선 다시 넘는다= 서울경제 설문에 응답한 9명의 시중 증권사 리서치센터장 가운데 7명은 올 하반기 중 코스피지수 2,000선 재돌파가 가능하다고 대답했다. 연초 증시 조정의 요인이었던 글로벌 신용위기가 진정됐고 기업들의 실적 역시 예상을 뛰어넘는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국내 실물경기 침체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지만 이 같은 우려는 1ㆍ4분기에 이미 반영됐기 때문에 경기가 바닥을 찍고 재차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는게 맞다는 지적이다. 박희운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신흥시장의 견조한 성장이 지속되고 있고 하반기 경기가 회복할 것이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면서 "그렇지만 2,000선 돌파를 위해선 국내외 인플레 압력 둔화와 국내 주식형펀드로의 유동성 유입이 확대돼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박종현 우리투자증권 센터장은 오는 6~7월께 경기 소순환 사이클의 회복을 예상했다. 박 센터장은 "상반기 경기 하강을 이끌었던 내수 소비세가 경기부양책 및 기업들의 투자증가에 힘입어 모멘텀상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며 "3ㆍ4분기부터 실적장세에 진입할 것으로 판단할 때 하반기 중 2,120포인트까지 지수가 오를 것"이라고 예견했다. 1,900선 이상 지수대에 대한 부담감을 지적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국내기업의 현재 주가수익비율(PER)과 배당수익률 등을 감안할 때 1,900선 이상의 지수대는 거품에 가깝다는 해석이다. 이재광 한국투자증권 센터장은 "2,000선 돌파를 위해선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 완화가 선행돼야 하는데 현재로선 유가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의 고공행진으로 이 같은 가능성이 점차 약해지고 있다"며 1,800선을 둘러싼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장세를 예상했다. 연초 약세장을 예견해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었던 김학주 삼성증권 센터장은 올해 상장기업들의 연간 이익증가율이 14%를 넘기기 힘들 것이란 전망 속에 연내 2,000선 돌파는 힘들다고 예상했다. 김 센터장은 "미국 가계부실 해소와 금융 및 기업투자 위축이라는 경제문제가 해결돼야 하고 인플레이션을 억제할 수 있는 수준의 생산성 향상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그 확률이 매우 낮다"며 "현재 유동성은 좋지만 기업실적 전망이 어두워지며 향후 주가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수출주 주도 지속, 산업재ㆍ소재에도 관심= 증시 전문가들은 최근 다소 조정을 거치고 있지만 하반기 역시 IT와 자동차 등 수출주들이 주도하는 장세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고유가 등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의 직접적 영향을 받는 산업재, 소재 관련주보다 실적 모멘텀 호전을 주도하고 환율 상승 효과까지 기대되는 수출주의 기대감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박종현 우리투자증권 센터장은 "반도체가 가장 투자 유망하고 그 뒤를 IT하드웨어와 자동차가 잇고 있다"며 "수출주 내에선 시장 선호도 변화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학주 삼성증권 센터장은 "수출주의 경우 해외 경쟁업체들의 경쟁력이 약해지면서 구조적으로 점유율과 수익성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조용준 신영증권 센터장은 "환율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이 지배하는 상황에서는 내수주가 자기자본이익률(ROE) 압박을 받게 된다"며 "올해는 수출관련주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2,000포인트 이후'의 선택에 대해선 신흥시장의 고성장 수혜주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왔다. 서용원 현대증권 센터장은 "2,000포인트 이후에도 증시 성장이 지속되려면 글로벌 경제 성장이 재가동돼야 한다"며 "신흥시장 고성장수혜주인 건설ㆍ조선ㆍ철강 등 산업재 업종이 유망하다"고 전망했다. 이재광 한국증권 센터장은 "수출 관련주들이 초과 수익을 낼 가능성이 있지만 건설주의 경우 정부의 경기 부양책 실시 여부에 따라 모멘텀 플레이를 펼칠 가능성이 있다"며 "시장 상황에 따라 건설업종에 대한 전술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영익 하나대투증권 센터장도 IT와 더불어 철강을 중심으로 하는 소재업종에 주목하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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