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경협] 공격적 청사진 마련

[남북경협] 공격적 청사진 마련'윈·윈' 방안 공감후 쌍방향 수익 접점찾아

남북정상회담이후 대북경제협력에 대한 재계의 시각이 두드러지게 달라지기 시작했다. 가장 큰 변화는 기존의 보수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보다 공격적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점이다.

남북경협은 그동안 당장 돈이 될 수 없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지만 혹시라도 모를 가능성을 위해 추진하는 일종의 「보험」성격이 짙었다.

하지만 정상회담을 통해 남북 양측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경제협력 방안을 모색한다는 것에 공감함으로써 앞으로 펼쳐질 협력사업은 실질적인 수익이 이뤄질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갈 전망이다.

즉 앞으로 펼칠 남북경협은 일방적인 수혜가 아니라 쌍방향의 수익이 어울어질 수 있는 접점에서 형성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재계 관계자들은 『남북경협은 이제 그림을 그리는 작업이 아니라 현실로 구체화시키는 작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출발점부터 다시 시작한다= 남북경협은 그동안 정부가 배제된 상황에서 민간기업이 주도적으로 이끌어왔다. 이러다보니 초기 경협 바람이 불어왔을 때 업체간 제한된 여건에서 치열한 경합을 벌이기도 했으며 이같은 열풍이 시들해지면 아무도 선뜻 나서지 않는 이중적인 모습을 거듭했다.

최근 기업들이 보이는 모습은 남북경협 초기 호들갑을 떨던 때와 달리 차분하게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이뤄짐에 따라 남북경협이나 교역에 수반되는 조건이 어떤 형태로 전환할 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1~2년을 겨냥해서 사업을 진행하기 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다양한 변수를 재점검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남북경협의 출발점에서부터 다시 한번 경협의 조건들을 가늠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남북간 투자보장협정 등이 마련되고 정부의 대북 사회간접자본(SOC) 투자가 시작된다면 경협의 실제 무대는 북한 전역으로 확대될 수 있다』며 『에너지 공급원 확보 및 물류비용 부담 축소를 위해 대부분의 기업들이 남북경협사업을 휴전선 부근에서 펼치려던 이유가 사실상 사라졌다』고 덧붙였다.

◇기득권 확보 나선다= 북한은 시장의 원리만 깨우친다면 사업파트너로서 상당히 매력적이다.

기업들이 남북경협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바탕에는 북한의 저렴한 노동비용, 상대적으로 높은 기술력 등이 작용하고 있다. 동시에 북한과의 경제협력에 대한 기득권 확보라는 점도 무시하기 힘든 요소다.

재계에서는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의리와 정을 강조하는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스타일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며 『최근 수년간 엄청난 자금을 동원하며 금강산 관광사업을 펼친 현대는 적어도 북한과의 사업에 있어서 미래의 시장을 접근하는데 최우선의 권한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북한과의 접근에 이같은 변수는 이미 충분히 예견됐던 것이다. 다만 미래의 독점적 권한에 비해 현재의 투자가 너무 방대하다는 점, 언제쯤 과실을 수확할 수 있을 지 불확실하다는 점 등이 기업들의 운신의 폭을 좁혀왔었다.

이번 정상회담은 따라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는 기업들에게 또 다른 도전의식을 불어넣을 것으로 예상된다.

◇잠재시장, 연관시장에 주목= 기업들의 입장에서 남북경협 시대가 남다른 것은 북한을 발판으로 중국 등 거대시장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인구 13억명의 거대 중국시장은 21세기 세계 시장의 패권을 장악하느냐 못하느냐를 가늠하는 잣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남북이 철도만 연결하면 중국과 러시아는 물론 유럽시장까지 육로로 이어진다는 점을 설파한 것 역시 중국시장을 공략하는데 있어 북한이 갖추고 있는 유리한 입지를 의미한다.

재계 관계자는 『남북경협사업을 결정하는데는 북한 자체의 잠재력뿐 아니라 중국시장이란 변수를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것』이라며 『기업들이 남북경협 사업의 청사진을 다시 그리려는 것 역시 기존의 변수가 아닌 미래의 변수를 새롭게 재단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형기기자 [e-mail]

입력시간 2000/06/28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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