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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흥 감정노동연구소 대표 인터뷰

'고객만족 문화의 그늘' 감정노동은 사회구조적 문제

비정규직·외주 등 늘며 피해자 증가… 수치스러워 죽고 싶다는 사람 많아

문제의 원인 개인에 있다고 보는 심리학·종교는 되레 상처 키워

언어폭력 악순환 끊을 방법 찾아야


김태흥 감정노동연구소 대표 인터뷰 “감정노동은 사회 구조적인 문제 돼, 고객 만족 하려다 감정노동자 심적 피해 너무 커”

“잘못은 감정노동자가 아니라 ‘진상 짓’에 있다고 생각해야 상처 줄일 수 있죠”

“소득 격차보다 더 큰 문제가 감정노동을 하며 받는 심리적 피해입니다. ‘분노의 원인은 나한테 있다’는 식의 분노·스트레스 관리는 상처를 오히려 더 키울 뿐이죠.”

김태흥(58·사진) 감정노동연구소 대표는 22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금 당장 수치심과 비참함 때문에 죽고 싶다’고 답하는 이들이 상당수”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서비스업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에 ‘고객 만족’의 소비 문화가 만들어낸 거대한 그늘이 바로 감정노동입니다. 감정노동자는 언어폭력을 당하는 그 순간 ‘내가 아니라 함부로 대하는 사람이 잘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 마음을 다스려야 합니다.”

김 대표는 자신의 감정을 숨긴 채 ‘고객’을 웃는 낯으로 대해야 하는 감정노동자들의 문제가 개인 차원을 넘어 사회 문제로 떠올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고 일침을 가했다.



흔히 콜 센터 직원이나 비행기 승무원, 백화점이나 마트의 판매원·주차요원 등을 감정노동자로 분류하지만, 비정규직과 외주, 특수고용직이 갈수록 증가하는 국내 고용구조가 감정노동의 범위를 더욱 넓히고 있다는 게 김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노동을 하면서 ‘일방적으로 당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면 그건 감정노동으로 봐야 한다”며 “사실상 대부분의 직업이 감정노동자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감정노동은 사회 구조적인 문제가 됐다”고 설명했다.

5년 째 기업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감정노동에 대한 강연을 해온 김 대표는 “그 전 26년 간 광고대행사에서 일하며 뼈에 사무치도록 ‘을(乙)의 비애’를 느꼈다”며 “정신과 치료도 받아보고 소위 ‘도’를 닦아 보기도 했는데, 문제의 원인을 개인에게서 찾는 심리학이나 종교는 별 도움이 안 됐다”고 고백했다. 대신 그는 어지러운 마음을 풀기 위해 책에 빠져들었다. 뇌과학과 진화심리학 서적을 오랜 기간 탐독하며 ‘인간은 동물임을 인식하자’고 깨달았다. 바로 이 것이 그의 강연의 핵심이 됐다.

김 대표는 우리 사회를 ‘서열 노동 사회’라고 정의한다. 그는 “근로자의 상당수가 회사에서 비정규직이나 사원이라는 서열의 밑바닥에서 일하는데, 이를 만회할 기회를 찾기 마련”이라며 “이런 심정이 고객 만족이라는 시스템이나 문화와 만나 폭발하며 소위 언어폭력으로 변한다”고 말했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도 결국 서열이라는 동물적인 본능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감정노동 피해자들이 ‘어떻게 같은 인간으로서 저렇게 사람을 막 대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많이 하소연하는데, 인간도 결국 동물일 뿐이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감정노동 관리사라는 민간 자격증 과정을 개설하고 현재까지 820명 가량을 배출했다. 그는 “사회적 부는 소수가 누리고, 나머지 다수는 언어폭력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한다면 공멸로 가는 지름길”이라며 “감정노동의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송은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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