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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의식의 ‘디지털세상과 미디어’] (1) 신문산업의 위기와 유료화 딜레마


국내 신문업계의 위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먼 곳에서 찾을 필요도 없다. 출퇴근길 지하철만 타 봐도 신문을 읽는 사람은 한 칸에 한두사람에 그친다. 대부분은 스마트폰에, 그리고 몇몇은 태블릿PC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다.

이 같은 변화의 흐름에 따라가고자 신문사들 역시 디지털화를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신문사들은 지금 심각한 딜레마에 빠져있다. 바로 유료화 문제다.

당위론적으로 보면 독자들이 급속도로 종이신문에서 이탈하고 있기 때문에 디지털 콘텐츠의 유료화는 당연한 흐름으로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그동안에도 신문업계는 디지털 콘텐츠 분야에서 다양한 수익창출(유료화) 노력을 계속해 왔다. 그러나 전면적이라기 보다는 ‘맛보기’ 정도의 부분적, 보완적 시도였다. 지면 pdf 보기, 사진 보기, 인물정보나 경제정보 제공, 이북(e-book) 판매 등이다. 일부 신문사의 경우 일정시간 이후의 검색은 유료로 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 신문업계가 고민하고 있는 것은 이 같은 부분적, 보조적 수준의 유료화가 아니다. 종이신문의 몰락(?)이 눈에 띄게 속도가 붙고 있기 때문에 디지털 콘텐츠 유료화 역시 보다 큰 폭으로 추진되고 있다. M신문사는 지난 9월부터 지면 pdf 열람과 프리미엄 기사를 무기로 인터넷신문 구독을 유료화했다. H신문 역시 10월부터 신문 가판을 없애는 대신 가판 pdf와 프리미엄 기사를 콘텐츠로 유료화 범위를 대폭 확대했다. C신문사도 유료화를 위한 프리미엄 콘텐츠팀을 새로 만들고 곧 유료화를 시행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유료화 전략이 성공을 거둘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신문사이트가 유료화된다면 대체할 수 있는 뉴스사이트가 널려 있기 때문이다. 실제 2011년 캐나다의 한 조사에 따르면 자기가 보고 있는 뉴스사이트가 유료화될 경우 91%가 다른 사이트를 이용하겠다고 답했다. 2010년 국내 한 조사에서도 86%가 신문사 인터넷 사이트에서 콘텐츠를 구입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구매의사가 없는 이유로 84%가 ‘포털 등 다른 무료 기사가 많아서’를 꼽았다.

외국사례를 보면 미국은 신문사중 48%가 디지털뉴스 유료화를 도입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유료화 방식은 이중 절반 정도가 종량제다. 즉 평균 10여개 기사까지는 무료로 보고 그 이상의 기사를 보려면 돈을 내야 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유료화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근본적으로 뉴스가 유료화가 될 수 있느냐 여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크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뉴스가 공공재적인 성격을 갖고 있고 유료화도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이들은 신문도 수익의 대부분은 광고로 벌었듯이 디지털 뉴스 역시 콘텐츠 자체는 무료로 하고 광고 등으로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우리의 신문산업 현실은 이 같은 질문을 계속할 만큼 한가한 처지가 아니다. 종이신문의 광고매출이 급속히 줄고 있는 상황에서 그동안 급속히 커졌던 인터넷 광고시장 역시 최근 주춤하고 있다. 네이버 뉴스캐스트가 뉴스스탠드로 바뀌면서 트래픽에 의존하던 신문사 인터넷 광고도 크게 줄었다. 트래픽에 의존하는 인터넷 매출구조를 이대로 계속해야 하느냐는 목소리도 높다. 트래픽을 높이기 위한 기사 베껴쓰기, 선정적 사진, 낚시성 제목 등의 부작용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모바일의 경우 광고를 붙일 공간 자체가 비좁아 수익창출이 더욱 어렵다.

따라서 문제의 초점은 온라인 유료화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가 아니다. 어떻게 할 것인가 이다. 그 해답은 뉴스의 공급자가 아닌 수요자에서 찾아야 한다. 독자들이 무엇을 원하고 가치있다고 여기는가에 답이 있다. 유료화의 성공모델로 꼽히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의 경우 ‘차이나 컨피덴셜(China Confidential)이라는 전문 콘텐츠를 연간 구독료 4,000달러에 팔았다. 그럼에도 기업이나 경제전문가들에게 팔려나갔다.

개인 맞춤형 콘텐츠도 하나의 중요한 방향이다. 디지털 시대에 미디어는 더 이상 대중(mass)을 향할 필요가 없다. 아마존이나 유투브처럼 개인별 맞춤 콘텐츠를 제공해야 한다. 내가 원하느 정보를, 원하는 때에 제공받을 수 있다면 유료화의 기반은 마련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콘텐츠 생산과 시스템 구축을 위해서는 투자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그 투자의 성공여부는 불확실하다. 파이낸셜타임스나 뉴욕타임스의 성공사례가 있지만 이는 글로벌 차원에서 수요가 있는 영어 신문이고 우리는 시장이 협소한 한국어 신문이다. 시장 상황과 미디어 트랜드를 보면 디지털 투자를 대폭 늘려야 할 것 같은데, 이에 따른 매출과 수익성 확보에는 자신이 없는 것이다. 여기에 우리 신문산업의 딜레마가 있다.

그대로 있자니 ‘점점 뜨거워지는 물속의 개구리’ 처럼 죽을 것 같고, 뛰쳐나가 뭔가 해 보려니 확신이 없고. 누가 이 딜레마를 깨고 성공사례를 만들어 낼 것인가.

안의식 서울경제 디지털미디어부장 miracl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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