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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미국의 통상 원칙
입력2007-03-29 17:30:04
수정
2007.03.29 17:30:04
늦어도 31일 오전 7시 이전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의 최종결과가 드러나게 된다. 타결ㆍ결렬을 떠나 지난 1년간 한미 FTA 협상을 지켜본 기자 입장에서는 꼭 짚고 넘어가고 싶은 사안이 있다. 한국뿐 아니라 다른 국가를 상대해도 절대 변하지 않은 미국의 통상 원칙이다.
미국은 자국 기업의 이익을 최우선시하는 것을 제1의 원칙으로 삼고 있다. 미국이 FTA 협상에 앞서 수립한 협상 전략에는 미국 기업의 입장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협상 기간 중에라도 자국 기업의 요구가 있으면 언제든지 우리 측 대표단에게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새로운 제안을 꺼내놓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한국 대표단은 미측의 강경한 요구를 최소화하기 위해 한국에 진출한 미 기업을 상대로 우리의 입장을 설명하기도 했다. 협상단 의 한 관계자는 “미국 입장에서 왜 이것이 필요하냐”고 물으면 “우리 기업이 원한다”는 게 그들의 설명이었다고 한다. 한마디로 통상 협상에서 미국은 자국 기업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미국 기업의 이익을) 최대한 반영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기업 이익과 더불어 미국은 ‘자국 법 개정이 요구되는 사항은 수용할 수 없다’는 것 또한 큰 원칙이다. 우리는 무역구제에서 수 차례 미국을 압박했지만 미측은 그때마다 이 원칙을 내세워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고 결국 우리가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다른 분과 협상에서도 우리 측 요구가 자국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판정될 경우에는 미국은 어김없이 이 원칙을 내세우며 협상을 다른 방향으로 돌렸다.
‘우리 (미국) 기업 요구다’ ‘법 개정은 안된다’ 등 미측의 단순하고도 확고한 입장 앞에서 우리 대표단의 주장은 설득력을 갖추지 못한 채 허망하게 무너진 경우가 허다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이의를 달지 못하게 할 정도의 통상 원칙을 갖고 있을까. 또 통상 협상에서 기업의 요구를 반영하기 위한 시스템은 제대로 가동되고 있을까. 어느 정부 당국자를 붙잡고 물어봐도 신통한 대답은 나오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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