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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서울시, ISD 제물 되려하나


서울 지하철 9호선을 건설ㆍ관리ㆍ운영하는 민간업체인 서울시메트로구호선(이하 메트로구호선)의 요금 인상 계획 공고 이후 서울시가 메트로구호선과 위험한 감정싸움을 벌이고 있다. 서울시는 이 과정에서 9호선 운영사업자 지정 취소 및 운영권 인수, 사장 해임 청문절차 진행 등을 내세우며 회사 측을 압박했다. 하지만 이런 식의 감정적ㆍ아마추어적인 조치는 분쟁 해결에 도움이 안 되며 '투자자 국가소송제도(ISD)의 제물'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메트로구호선의 2대주주(지분 24.53%)가 민자 고속도로ㆍ터널ㆍ철도 사업 등에 투자해온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이하 맥쿼리인프라)라는 한국ㆍ런던 증시에 상장된 외국계 펀드이고 주주 중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로 우리 정부 등을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제소할 수 있는 미국 투자자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울시 조치의 정당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운영권 인수" 압박 부당한 수용 우려

우리 정부와 투자계약을 맺은 외국인투자가는 계약 위반을 이유로 ISD 절차에 따라 분쟁을 시작할 수 있다. 하지만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와 투자계약을 맺은 외국인투자가는 원칙적으로 그렇지 못하다. 지자체의 전문성 부족, 부당한 행정권 남용 등을 우려해 정부가 한미 FTA를 체결하면서 ISD 소송대상에서 원칙적으로 제외시켰기 때문이다. 따라서 외국인투자가가 투자계약을 근거로 서울시를 ICSID에 제소해도 중재재판부에서 '관할권이 없다'는 이유로 기각할 것이다.

문제는 서울시의 조치를 계약 위반이 아니라 정부ㆍ지자체를 포괄하는 모든 행정조치에 적용되는 간접수용이나 공정ㆍ공평대우 법리를 이용해 제소하는 경우다.



우선 간접수용이란 정부나 지자체가 외국인투자가의 재산권을 직접적으로 빼앗지는 않았지만 법률을 제정ㆍ개정하거나 정책을 통해 그 가치를 훼손하는 경우 보상하라는 제도다. 한미 FTA는 '정부의 조치가 목적이나 효과에 비춰 극도로 심하거나 불균형적인 희귀한 상황'에 한해 간접수용이 적용된다는 아주 까다로운 안전장치를 마련해놓았다. 따라서 외국인투자가의 재산적 가치를 거의 전부 박탈하지 않는 한 배상할 가능성은 없다. 이때 정부ㆍ지자체의 조치는 '공중보건ㆍ환경ㆍ안전ㆍ부동산가격 안정화와 같은 정당한 공공복지 목적을 위해 취해진 경우 등'에 한정된다. 따라서 서울시가 경제적 이유로 투자이익 상환을 연기하려는 경우라면 '정당한 공공복지 목적'에 해당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서울시는 시민들의 요금부담 경감 차원을 뛰어넘는 쉽지는 않겠지만 다른 합리적 정책목적을 마련해놓아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부당한 수용으로 간주돼 보상해야 할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다.

공정ㆍ공평대우란 외국인투자가의 정당한 기대이익을 자의적ㆍ차별적으로 침해하지 말라는 것이다. 대외홍보물이나 협상 과정에서 투자자에게 상당한 기대이익을 제시한 뒤 투자자가 갖게 된 정당한 기대이익을 악의적ㆍ차별적으로 빼앗는다면 공정ㆍ공평대우를 위반하는 것이어서 ISD 제소대상이 될 수 있다. 재정 파탄과 같은 심각한 경제적 곤란 등은 합당한 이유로 인정될 수 있다. 이때 중요한 기준은 정부ㆍ지자체가 계약상의 의무를 악의적으로 회피하고 있는지, 또는 계약 불이행을 위해 부당하게 공권력을 남용했는지, 그리고 성실하게 계약을 이행하고 있는지 등 정부ㆍ지자체 행위의 주관적ㆍ객관적 동기 등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FTA 정당한 간접수용 염두둬야

따라서 서울시가 메트로구호선에 대해 9호선 운영사업자 지정 취소 및 운영권 인수에 착수할 수 있다고 압박하는 것과 같은 감정적ㆍ아마추어적인 조치는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분쟁 해결에 결코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다. 국민의 감성을 건드리는 인기영합주의나 19세기 민족주의적 행정조치는 자칫 ISD의 달콤한 제물이 될 수 있으므로 특별히 주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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