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530명에 사망자만 140명에 이르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에 대해 수사당국이 본격적으로 수사에 나서 4년 만에 책임 소재가 밝혀질지 주목된다. 옥시레킷벤키저(이하 옥시),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제조·판매업체 15곳이 제품의 유해성을 알고도 눈감지 않았는지 등 제조상 과실 여부를 규명하는 데 집중하고 있으며 일부 업체에 대해서는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양요안 부장검사)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이 "제조·판매업체의 살인·과실치사 혐의를 밝혀달라"며 고발한 사건에 대해 수사를 재개해 진행하고 있다고 2일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 서울 강남경찰서에 사건을 내려보내 수사를 지휘하고 있다"고 밝혔다.
피해자 측의 고소가 최초 접수된 건 2012년 8월. 하지만 당시 검찰은 "가습기 살균제에 대한 정부 차원의 유해성 조사 결과를 기다리겠다"며 사건을 시한부 기소 중지했다. 그러던 것이 지난해 질병관리본부가 가습기 살균제와 피해자의 폐 손상 간의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으면서 수사가 재개됐다.
경찰은 가습기 살균제 제조 관련 자료를 확보해 분석하는 한편 업체 실무자들을 광범위하게 불러 조사하고 있다. 대상 기업은 △옥시레킷벤키저 △한빛화학 △롯데마트 △용마산업사 △홈플러스 △크린코퍼레이션 △버터플라이이펙트 △아토오가닉 △코스트코코리아 △글로엔엠 △애경산업 △SK케미칼 △이마트 GS리테일 △퓨엔코다.
피해 규모가 가장 컸던 옥시의 경우 최근 샤시 쉐커라파카 대표도 조사했다. 피해자 530명 중 80%, 사망자 140명 중 77%가 이 업체가 만든 가습기 살균제 '옥시 싹싹'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업체의 경우 PHMG 등 독성 물질의 유해성을 알면서도 눈감은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당국은 이 업체들의 경우 설령 고의는 없었다 하더라도 업무상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아 막대한 인명 피해를 냈기 때문에 과실치사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법원이 제조업체의 과실을 사실상 인정한 판결을 내놓은 점도 사법 처리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다. 대법원은 지난 2월 옥시가 "가습기 살균제 관련 허위·과장 표시를 했다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가 내린 시정명령을 취소해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모임의 강찬호 대표는 "수사당국이 최근 수사를 재개했다고 하지만 사태가 일어난 지 4년이 넘었는데도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지조차 밝혀지지 않아 분통이 터진다"면서 조속한 수사를 촉구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이르면 다음달 수사를 마무리하고 검찰에 사건을 송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은 검찰 수사 외에 피해자들이 제조업체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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