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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한판과 삼세판의 식문화
입력2008-03-19 17:54:06
수정
2008.03.19 17:54:06
옛날부터 우리 문화 저변에는 삼세판이 자리잡고 있다. 문화뿐 아니라 의식주 어디에도 침투되지 않은 곳이 없다. 가위바위보를 해도 그렇고 축구경기를 해도, 윷놀이를 해도 그렇다. 특히 대표 삼세판은 전통 스포츠 씨름이 아닌가 싶다.
우리 문화 속 삼세판은 아마 한판으로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은 불공평하며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충분한 기회를 준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상대방을 생각해주는 배려이고 어찌 보면 강자가 약자에게 선심을 쓰는 넉넉함과 아량일 게다.
이와는 달리 일본에는 한판 문화가 생활 곳곳에 자리잡고 있는 듯하다. 우리 씨름과 비슷한 스모(相撲)가 한판의 대표격이라 할 수 있다. 대결에 나선 두 사람은 한판에 모든 것을 건다.
이 같은 삼세판과 한판이 과연 농식품과 어떤 관계가 있으며 식문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해봤다.
일본 대표 음식인 초밥은 한 번의 칼질로 탄생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칼질을 잘못한 상품은 손님 앞에 내놓지 않고 과감히 버린다. 곧 한판 문화의 결정체라 할 수 있다. 주방장은 한 번의 칼질에 온 힘을 기울인다. 이러한 한판 문화가 오늘날 초밥이 세계적인 음식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데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일본 정부는 한판 문화를 기반으로 한 농식품과 식문화를 세계에 전파하기 위해 포효하기 시작했다. 작년엔 그 일환으로 오는 2013년까지 1조엔의 농식품을 수출하겠다고 발표했다.
반면 우리 농식품은 끈기ㆍ연속성ㆍ배려ㆍ넉넉함을 주무기로 하는 삼세판 문화가 바탕이 돼 전세계 최고급 웰빙식품으로 거듭나고 있다.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최소한 서너 번 이상 손을 거쳐야 제 맛이 나는 김치를 생각해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농식품의 세계화로 수출목표 100억달러 달성을 위해 관련 부처와 기관은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다. 대표사업이 해외시장 개척사업이다. 시장개척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한 해(한판)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 삼세판, 즉 세 번 이상 추진할 수 있는 정례화가 필요하다. 삼세판 문화를 기반으로 시장개척사업이 이뤄질 때 우리 농식품의 세계화가 앞당겨지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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