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입원으로 재계 총수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총수들의 건강이 그룹 경영과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한국적인 경영 현실 탓이다. 이에 대해 주요그룹들은 "회장 건강에 이상이 없다"고 강조했다.
현대자동차그룹에는 12일 정몽구(76) 회장 건강에 대한 언론의 문의가 이어졌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정 회장은 오늘도 늘 출근하는 오전6시께 정확히 출근했다"고 밝혔다. 건강에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오히려 고령에도 40~50대도 힘에 부칠 만한 해외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정 회장은 3월 초순에는 3일간 유럽 4개국을 돌며 현장경영을 펼쳤고 같은 달 하순에는 3일간 중국 동서를 횡단하는 출장을 다녀왔다. 정 회장은 해외 출장에서 1분의 시간 낭비 없이 최단시간에 업무를 처리하는 스타일이다. 이 때문에 40~50대 임원들도 출장 수행 후에는 몸살이 걸리기 일쑤라는 게 현대그룹 측 설명이다. 그룹 관계자는 "총수 건강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고 앞으로도 새벽 출근 등 강행군하는 스타일의 업무 방식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본무(69) LG그룹 회장은 평소 걷기와 웨이트트레이닝 등 운동, 규칙적인 생활로 남다른 체력을 과시하고 있다고 그룹 측은 전했다. 구 회장 역시 매일 아침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로 출근한다. 또 구 회장은 담배를 피우지 않고 술도 필요에 따라 마시되 과음하지 않는다. 하루 세 번 규칙적인 식사와 소식(小食)의 원칙은 반드시 지킨다
구 회장의 부친인 구자경(89) LG 명예회장 역시 지난 8일 천안연암대의 창립 40주년 행사를 직접 찾아 교정을 돌아볼 정도로 건강하다.
재계 최고령 총수인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92)도 여전히 건강하다고 롯데 측은 밝혔다. 신 회장은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내 집무실에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출근해 업무보고를 받는다. 롯데 관계자는 "보고 내용 중 수치를 일일이 지적할 정도여서 대표들이 어려워한다"면서 "지난해 넘어져서 다쳐 12월24일 퇴원한 뒤에도 25일 하루만 쉬고는 26일부터 업무를 챙겼다"고 설명했다.
최근 신 회장이 43년간 연 고향 마을 잔치를 올해 건너뛰기로 한 데 따라 일각에서 건강 이상설이 나오기도 했지만 롯데 측은 "세월호 참사로 국민적인 애도 분위가 조성됐는데 잔치를 하면 되겠느냐는 주민들 의견을 받아들여 행사를 취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검찰 수사와 형사 재판을 받았거나 받고 있는 총수들의 건강 상태는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석래(79) 효성 회장은 최근 20년 넘게 앓은 심장 부정맥이 악화된 상태다. 김승연 한화 회장은 폐질환·당뇨·우울증 등 때문에 지난 3월 미국에서 한 달간 치료를 받고 돌아와 현재 자택에 머물며 요양에 전념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 특유의 경영 특성상 기업의 대규모 투자와 신속한 결정 등은 총수에 의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이들의 건강상태에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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