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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가을은 선물
입력2005-09-19 15:40:41
수정
2005.09.19 15:40:41
황인선<여론독자부장>
가을은 선물이다. 주인 없는 하늘이 맑고 파랗다. 들은 익어가는 벼의 황금물결로 넘실거린다. 야산에는 밤송이가 영글어가고 있다. 과수원의 사과와 배가 제 맛을 채우고 있다. 도로변에는 코스모스가 하늘거리며 나그네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둥근 보름달을 응시하면 옹졸한 마음이 활짝 열린다. 귀뚜라미와 풀벌레 소리는 직장인의 시름을 덜어준다. 요즘 선선한 날씨 덕분인지 행인의 표정이 밝다. 도심 여인네 치맛자락에 생기가 넘친다. 자연은 이처럼 하는 바 없이 다한 것 같다.(爲無爲:위무위) 그러면서 생색내지 않는다. 공로를 알아주지 않아도 원망하는 소리가 들리지않는다. 인간사회는 어떤가. 주고받는(Give and Take) 수준에 머문다.
자신이 준 만큼 상대방에게 받고 싶어한다. 마음과 물질을 주었는데 제대로 받지 못하면 섭섭한 게 인지상정이다. 은혜를 갚지 않으면 배은망덕으로 여기고 경멸한다. 또한 주는 것보다는 받으려는 속성이 강하다.
그럼 일상생활에서 값진 마음의 선물은 무엇일까. 깊은 인정(認定)과 위로, 격려, 칭찬을 꼽을 수 있다. 누구를 진심으로 인정하고 누구로부터 인정받는 것만큼 서로의 신뢰관계를 돈독하게 유지하는 것이 드물다. 국가 지도자가 국민들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면 그의 영향력이 현격하게 떨어진다. 지도자의 불안감은 국민들의 불신감에서 초래된다.
당초 기대수준에 미치지 못하면 국민들은 서서히 불만을 표시한다. 더구나 국가 지도자가 큰 원칙을 어기며 국민적인 관심사를 외면하고 비전을 주지않을 때는 등을 돌린다. 개인관계도 마찬가지다. 이로우면 만나려고 하고 부담감이 생기면 거리감을 둔다. 이런 상황에서 신뢰를 회복하려면 깊은 반성과 함께 수요자의 욕구를 충족하려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국정운영에는 우선순위가 있다. 인위적인 정치판 바꾸기보다는 경제성장을 목표로 국가 에너지를 모으려는 의지가 중요하다. ‘연정론’이 경제회생보다 앞설 수 없다는 게 여론이다.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 날까지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는 것이 국민들에 대한 진정한 선물이다. 아직도 임기가 절반 남았다.
이해관계가 얽힌 속에서 각종 현안을 해결해야 하는 국정책임자의 심정을 어느 정도 이해한다. 그래도 공직자는 국고가 바닥나지 않는 한 월급이나 보너스를 걱정하지 않는다. 가정경제와 기업을 이끌고 있는 비즈니스맨은 갈수록 고달프다. 죽기살기로 뛰지않으면 생존이 어렵다.
‘최고의 사회봉사’인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고 있는 기업인은 대중인기에 영합한 정치권력과 기업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검찰의 독선에 의해 투자의욕이 꺾이고 있다. 특히 기업인 소환의 경우 범죄사실이 확정되기 전에 중계방송하는 식으로 언론에 흘리는 것은 해당기업의 이미지에 나쁜 영향을 준 만큼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
누구나 험난한 항로를 운항하다 보면 위로와 격려가 그립다. 애정어린 위로는 희망을 준다. 얼마 전에 검찰에 의해 세 번 구속됐다가 모두 무죄로 풀려난 박주선 전 국회의원이 인사차 김대중(DJ) 전 대통령을 찾아갔는데 DJ가 “글쎄 사람이 한 일 같지 않네”라는 말을 건넸다는 후문.
격조 높은 위로의 말은 상대방 마음의 상처를 씻어주며 도전정신을 고취시킨다. 이런 정신적 선물과 함께 물질적인 선물도 적절하게 주고받으면 기쁨이 솟는다.
이번 추석에도 많은 선물이 오고 갔다. 정부에서는 소비를 촉진하기위해 선물교환을 권장했다. GS칼텍스 등 일부 대기업은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5만원 미만의 선물을 보냈다고 한다. 좀더 넉넉한 사람이 베푸는 것은 미풍양속에 속한다.
추석선물의 변천사를 보면 지난 60년대는 설탕과 세탁비누, 다리미가 인기였다. 70년대는 화장품과 과자세트를 선호했다. 경제발전을 반영한 듯 80년대는 갈비세트와 스카프, 와이셔츠가 관심을 끌었고 90년대 대표적인 선물은 상품권이 꼽힌다. 2000년 이후에는 상품권 종류가 다양해졌으며 홍삼과 한과, 와인세트, 무기명 선물카드까지 등장했다.
의미를 살리면서 선물을 주고받으면 더욱 즐겁다. 책은 당신의 지혜가 높아지길. 반지는 넌 내 꺼야. 껌은 당신과 오래 사귀고 싶다. 목걸이는 나의 곁에 두고 싶다. 구두는 당신과 헤어지겠다. 볼펜은 성공을 바란다. 꽃은 사랑한다. 벨트는 당신을 영원히 내 곁에. 향수는 언제나 나를 기억해줘. 속옷은 나의 모든 것을 당신에게. 넥타이는 당신을 갖고 싶다. 그림액자는 나를 생각하세요 등 무수히 많다.
누구나 선물에 얽힌 사연이 적지않을 것이다. 뇌물이 아닌 정성어린 선물 주고받기는 내수회복을 촉진하고 각박한 현대사회에 윤활유가 된다. 머지않아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낫다’는 맛을 느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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