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12일 대구 한국패션산업연구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주장하는) 3조~4조원이라는 규모는 너무 크다"며 "현행법상 따로 이어마크(earmark)해서 용도를 특정하지 않고 상당한 규모의 예산을 비축해두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밝혔다.
정치권 요구를 고려해 차기 대통령의 비전을 담을 공간이나 여력이 있는지 실무 차원에서 검토하고 있으나 그 결과를 보고 받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원ㆍ달러 환율의 가파른 상승세와 관련해서는 '거시건전성 3종세트(선물환 포지션 제도,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 외환건전성 부담금)' 외에 추가 조치를 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박 장관은 "(원화가치 상승이) 더 가팔라지는 상황이 오면 실행할 수 있는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면서 "(3종세트) 등 크게 보면 여러 가지를 연구개발(R&D) 하는 단계에 있다"고 설명했다.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에는 신중론을 폈다.
박 장관은 "지금 (민간에서) 나온 것을 보면 2% 후반부터 3% 후반까지 폭넓게 벌어져 있고 불확실성이 크다"며 "4% 전망에 하방 위험이 있다는 것은 인정한다"고 말했다.
물가 안정에도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그는 "지금 컨센서스는 2% 초중반이다.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아 그 숫자를 바꿀 수 있는 여지는 없는 만큼 최대한 노력해서 2% 중반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3ㆍ4분기 경기저점론을 놓고는 다소 유동적인 의견을 보였다.
박 장관은 "정부가 기대하기로 3ㆍ4분기가 바닥이었으면 좋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4ㆍ4분기와 내년 1ㆍ4분기는 미국의 재정절벽과 유로존 위기에 따라 판가름 날 것으로 전망했다.
재정부와 금융위원회의 조직개편 움직임에는 왈가왈부할 사안이 아니라며 말을 아꼈다.
그러나 그는 "국제금융은 거시경제ㆍ조세ㆍ국고업무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으므로 거시경제를 맡는 재정부에서 분리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인수위 개편작업을 맡았을 때 이런저런 대안을 검토했는데 국제금융 기능은 거시경제를 맡는 재정부에 있어야 한다는 결론을 이미 내린 상황"이라고 소개했다.
예산 기능을 분리하자는 의견에는 "관여할 생각도 없고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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