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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강소기업과 불균형 성장


올해 초 청와대에서 중소기업 간담회가 개최됐다. 이날 초청된 112명의 대표가 운영하는 중소기업들은 일반에게 별로 알려지지 않았을지 모르지만 각각의 분야에서 내로라할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한편 지식경제부가 지정하는 세계일류상품 중 시장점유율 세계 1위 품목은 지난 2009년 기준 121개이다. 이 가운데 대기업 제품은 54개, 중소기업 제품은 67개로 중소기업이 더 많은 편이다. 압축성장 속 대기업 집중 육성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경쟁력이 취약하다는 것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지만 최근 들어 부분적으로 그렇지 않은 경우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소수의, 그리고 높은 경쟁력을 갖춘 중소기업을 강소기업이라고 부르는 것이 요즘 유행인 듯하다. 척박한 생태계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도 강소기업이 출현하게 됐다는 것은 매우 깊은 시대사적인 의미를 갖는다. 대기업 경쟁력과 중소기업 경쟁력의 조합을 가지고 발전단계 내지 성장의 경로를 살펴보기로 하자. 어느 국가도 '약, 약'의 상태에서 출발을 한다. 이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 및 균형성장의 과정을 거쳐 '강, 강'의 상태로 바뀌게 되고(경로 1) 독일이나 일본과 같은 선진국의 성장모형이 여기에 해당한다. '약, 약'에서 시작해 '약, 강'의 상태로 발전하는 경우도 있다. 대만을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약, 강'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강, 강'으로 발전(경로 2) 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매우 낮은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약, 약'에서 출발해 '강, 약'의 상태로 발전한 경우가 있다. 바로 한국이다. 대체로 한국의 대기업은 강한 편이고 일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는 곳도 있다. 그러나 여전히 중소기업은 어려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간 압축성장과 불균형성장의 노선 하에서 대기업 위주의 정책지원이나 육성전략이 시행돼왔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들어 소수의 강소기업이 출현하게 된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약, 약'에서 출발해 '강, 약'의 단계를 지나 '강, 강'의 상태로 발전(경로 3)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이다. 이러한 성장전략은 노력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앞에서의 경로 1이 일반적인 성장모형이라면 경로 3은 변형에 해당하는 것이다. 경로 1에서는 자원배분이나 경쟁상황과 관련된 고통이나 갈등이 별로 없는 데 반해 경로 3의 전반부인 '약, 약'에서 '강, 약'으로 발전하는 과정에서는 뼈저린 고통이 수반됐고 갈등의 골이 깊어졌음을 우리는 생생하게 경험했다. 또 한가지 다른 점을 든다면 경로 1은 매우 긴 시간이 요하는 데 반해 경로 3은 상대적으로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선진국이 100년, 200년 걸려 발전한 과정을 우리는 수십년에 압축해 달성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경로 3의 후반부, 즉 '강, 약'에서 어떻게 '강, 강'으로 가느냐에 달려 있다. 이를 위해 또 하나의 불균형성장 노선이 필요하다. 이제는 중소기업 위주의 정책을 펴야 한다는 것이다. 대기업은 스스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면 된다. 中企 위주 균형성장 정책 펴야 이러한 경로 3의 성장모형은 '불균형+불균형=균형'이 되는 이치에 기반하고 있다. 과거 제한된 자원 하에서 어쩔 수 없이 대기업 위주의 불균형성장을 택해왔다면 이제 반대로 중소기업 중심의 정책전환을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균형으로 되돌리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 방법은 비록 고통이 심했지만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안을 삼을 수 있다. 우리가 처음부터 경로 1을 택했다면 지금 어디까지 와있을지 아무도 모르지만 미래지향적인 목표달성을 위해 남은 과정을 잘 소화하도록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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