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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글로벌 위기와 윔블던 효과


글로벌 위기의 공포가 다시 증시를 짓누르고 있다. 지난 5월 이후 그리스의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탈퇴 가능성과 경기침체 우려가 고조되면서 국내 증시도 부진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5월3일 이후 한 달 동안 코스피지수는 10% 넘게 하락했다. 이 기간 동안 국내 증시의 하락폭은 그리스 위기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는 독일(-9.84%)이나 프랑스(-8.5%), 영국(-8.65%) 등 유럽 국가들보다도 더 크다. 시가총액의 30%를 차지하고 있는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에서 내다 파는 주식을 사줄 세력이 없기 때문이다.

국내 증시가 외국인에게 휘둘리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때도 그랬고 지난해 8월에도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 신용등급 강등 여파로 6일 만에 17%나 급락하기도 했다.

자본시장 개방 이후 증시가 외국인들의 매매 패턴에 따라 심하게 출렁거리는 현상을 금융업계에서는 '윔블던 효과'라고 부른다. 이는 영국에서 개최되는 윔블던 테니스 대회에서 거의 매번 외국인 선수가 우승하는 현상을 말하는 용어인데 외국인들이 금융시장을 장악한 상황을 설명하는 데도 사용된다.

외국인에 의한 증시 변동성 심화

1986년 마거릿 대처 당시 영국 총리는 경제가 위축되자 '금융빅뱅'으로 불리는 개혁을 단행했다. 대처 총리는 외국자본에 주식시장을 개방하고 은행ㆍ증권ㆍ보험사들 간의 업무영역 장벽을 허물었다. 이로 인해 영국은 세계 2위의 금융 중심지 위상을 되찾았지만 부작용도 만만찮았다. 대부분의 금융 회사들이 미국과 유럽의 자본에 넘어가면서 이후 영국 금융시장은 외국 자본에 휘둘리는 상황이 됐다.

최근 들어 윔블던 효과로 자본시장의 불안감이 커질 조짐을 보이자 우리 정부는 연기금을 동원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증시 붕괴를 방치하지 않겠다는 것이 확고한 생각"이라며 "필요할 경우 연기금도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시장의 안정을 책임지고 있는 부처의 수장으로서 시장 위험이 커지지 않도록 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런데 정부가 연기금을 동원하기에 앞서 해야 할 일이 있다. 기관들이 자금을 증시로 끌어들일 수 있도록 이들의 손과 발을 묶고 있는 걸림돌들을 제거해주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국민연금의 10% 룰이다. 국민연금은 개별 종목 지분을 10% 이상 보유할 경우 거래를 할 때마다 5일 이내에 보유 내역을 공시해야 한다. 이는 별 제약이 아닌 것 같지만 기금을 운용하는 입장에서 보면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다. 10% 룰은 국민연금의 기금 규모가 크지 않았을 때는 별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기금 규모가 급속도로 커지면서 공시 부담도 커지고 있다. 3월 말 현재 국민연금 기금 규모는 365조원에 달하고 국내 증시 투자액만 68조원에 달한다. 국민연금이 지분 5%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종목수만 180개가 넘는다. 국민연금은 앞으로 5년 내 국내 주식 투자 규모를 124조원까지 늘린다는 계획인데 이럴 경우 공시 부담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최근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퇴직연금의 운용제한도 심하다.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의 경우 주식직접투자는 못하도록 돼 있고 간접투자도 주식 편입비중인 40% 미만인 펀드에만 투자하도록 제한돼 있다. 미국과 영국, 일본 등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한 지 오래된 나라들의 경우 퇴직연금의 주식투자 제한이 없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도 이제는 이 제한을 완화할 때가 됐다.

국내기관 투자 규제 완화 필요

최근 글로벌 위기 발생이 잦아지면서 증시 변동성이 커진다고 해서 연기금을 강제적으로 동원해 증시를 안정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보다는 기관들이 마음 놓고 주식투자를 할 수 있도록 그들의 손발을 묶고 있는 걸림돌들을 제거해주는 것이 급선무다. 이런 여건이 갖춰지면 기관들은 시중의 돈을 자연스럽게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고 외국인에 의한 시장 휘둘림 현상도 줄어들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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