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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합의 며칠 됐다고… G20 환율갈등 불씨 되살아날 조짐

일본은 80엔 붕괴 앞두고 개입 가능성 시사. 유럽은 “미ㆍ중 밀약의 희생양” 지난주 말 경주에서 글로벌 환율전쟁을 간신히 봉합한 주요20개국(G20)이 오는 11월11일 열리는 G20 서울 정상회의를 앞두고 갈등의 불씨가 되살아날 조짐이다. 미국과 중국의 환율전쟁에 가려 잠잠했던 유럽 각국과 엔고 방어전을 펼치고 있는 일본은 물론 신흥국이 경주에서 이렇다 할 소득을 얻지 못하자 점차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한 것. 환율전쟁이 기존의 미중 양자 구도에서 다극 대립구도로 변모할 조짐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환율과 경상수지를 둘러싼 각국의 엇갈리는 이해관계가 부각되면서 11월 서울회의를 앞두고 각국의 복잡한 물밑 힘겨루기가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과 줄곧 대립각을 세웠던 중국은 차치하고 서울 정상회의를 앞두고 글로벌 환율전쟁을 재점화할 분화구로 지목되는 곳이 일본이다. 일본은 26일 또다시 달러당 80엔 붕괴 위기에 몰리자 외환시장 개입의 정당성을 거듭 언급하며 경주 합의를 깨뜨릴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재무상은 이날 “필요할 경우 시장에서 단호하게 행동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가이에다 반리(海江田万里)경제상도 “과도한 시장개입은 피해야 하지만 각국의 경제상황을 봐서 외환시장이 일방적인 방향으로 움직이는 데 대응하는 것은 정책 허용범위”라며 환시장 개입을 정당화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런던 소재 HSBC홀딩스의 글로벌 통화전략 책임자인 데이비드 블룸은 “적어도 서울회의 때까지는 통화전쟁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과 함께 새로운 갈등 양상에서 주목되는 것은 유럽의 행보다. 특히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흑자가 6.1%에 달하는 독일은 한국과 미국이 추진하는 4% 수준의 경상수지 목표제 도입에 강도 높은 거부반응을 보이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독일의 보수 언론인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은 “경상수지 상한을 두고 제재를 가하는 안은 독일 기업의 수출경쟁력에 대한 벌칙이나 마찬가지”라며 한미가 제시한 수치목표를 경계하는 여론을 반영했다. 다른 유럽 국가들도 미국을 보는 시선이 곱지 않은 듯하다. 26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국제통화기금(IMF)의 선진 유럽 출신 이사를 2명 줄이고 신흥국 이사를 늘린 데 미국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다며 “표면상 유럽은 이를 환영했지만 미중 간 거래 재료로 이용됐다는 점이 유쾌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유럽연합(EU)은 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외환시장 개입을 하지 않는다’는 기본입장을 내세우기로 하고 28~29일 열리는 EU 정상회의에서 이 같은 방침을 확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경주 합의문인 ‘경쟁적 환시장 개입 자제’보다 한 발 더 나아간 것으로 자국통화 절상에 소극적인 중국 등 신흥국과 노골적으로 시장개입 가능성을 언급하는 일본의 외환정책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흥국가도 미국 등 선진국과의 입장차이가 날로 뚜렷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자국의 금융불안을 이유로 브라질 재무장관이 경주회의에 불참한 데 대해 “국제협조의 균열이 확산되는 조짐”이라고 보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서울 정상회의를 앞두고 선진20 외 국가에서 시장개입이 단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제티 아크타르 아지즈 말레이시아 중앙은행 총재는 이날 “환율이 급격하게 변할 경우 개입할 만반의 준비가 돼 있다”며 환율시장 개입가능성을 시사했다. G20 서울회의를 앞둔 각국의 팽팽한 줄다리기의 키 플레이어는 역시 중국이다. 일각에서는 지난 24일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이 중국 산둥성에서 예정에 없던 왕치산 중국 부총리와 면담을 가진 것과 관련해 미중 간 환율문제에 대해 서울 정상회의를 위한 사전 의견조율이 이뤄졌거나 양국 간 모종의 거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되지만 양국은 이에 대해 일절 함구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는 25일 독일ㆍ러시아ㆍ이탈리아 등이 미국의 경상수지 수치목표 제안을 꺼리면서 (G20에서) 중국을 고립시켜 압박하려던 미국의 의도가 충분히 실현되지 못했다며 가이트너 장관이 중국을 긴급 방문한 것은 그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에서 유럽ㆍ신흥국가 등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낼 경우 서울에서 모이는 G20 정상들이 경주보다 한 발 진전된 합의를 도출하기까지는 적잖은 진통을 겪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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