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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둥근 햄버거 모양도 특허인가

특허법은 양날의 칼이다. 잘 쓰면 창작 욕구를 자극해 훌륭한 기술과 예술 작품을 낳고 국가 발전을 이끌 수 있다. 반면 너무 일반적인 것에도 창작자의 권리를 인정해주면 산업 전체의 활력을 빼앗고 혁신적인 기술의 등장을 막을 수도 있다.

최근 삼성ㆍ애플 간 특허소송에서 9명의 미국인 배심원단이 내린 결론은 후자였다. 배심원단이 문제 삼은 5건의 특허 침해 항목을 보면 도저히 애플 고유의 디자인이라고 보기 힘든 게 많다.

대표적인 게 모서리가 둥근 휴대폰 디자인이다. 배심원단은 삼성이 애플을 베꼈다고 했지만 이런 모양은 전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디자인이다. 오죽했으면 미국 내에서도 "(그렇게 따지면) 햄버거의 원조 버거킹도 맥도날드가 둥근 모양의 햄버거를 만들고 있으니 고소해야 하느냐"라는 조롱이 나오고 있다.

손가락으로 화면을 확대ㆍ축소하는 기능을 두고 애플의 손을 들어준 것도 문제다. 미국 디자인 회사인 테크토닉의 빌 플로라 디자인팀장은 "손가락으로 화면을 확대ㆍ축소하는 기능은 자동차 핸들이 보편적으로 세모가 아닌 둥근 모양인 것처럼 스마트폰에서는 보편적인 기술"이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배심원단은 특허법을 남용하면서까지 애플의 손을 들어줬다. 만약 배심원 평결을 참고해 내려질 1심 최종판결에서 같은 결론이 나올 경우 애플은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독주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장기적으로 정보기술(IT) 산업 전반의 공멸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기존 업체들도 기술 혁신은 등한시한 채 애플처럼 기존 특허를 이용해 경쟁사 죽이기에 나설 게 뻔하기 때문이다.

이제 관심은 최종판결을 내릴 루시 고 판사에게 쏠렸다. 미국 헌법 8조 1항에는 특허법을 '과학과 예술의 발전을 위해 발명자와 작가의 독자적인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라 정의하고 있다. 이는 창작자의 권리를 일정 부분 보호해줌으로써 관련 산업을 육성한다는 것이지 과도한 보호로 독점을 보장하겠다는 뜻은 아니다. 고 판사가 '배심원 평결이 곧 판사의 판결'이라는 관례나 한미 양국 간 국수주의 판결 논란 등에 휘둘리지 말고 특허법의 본질만을 고려한 판단을 내리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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