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박 대통령은 이날 짙은 녹색 상의를 입은 채 회의에 참석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12월27일 자신이 직접 주재한 경제장관회의와 지난달 25일 열린 경제혁신3개년계획 발표 때와 동일한 짙은 녹색 상의를 입은 것이다. 결국 박 대통령은 2014년 회의와 올해 초 열린 회의에서와 마찬가지로 규제개혁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은 모두발언 이후 참석자들의 발언내용을 꼼꼼히 메모하며 규제개혁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또 일부 참석자들의 건의사항에는 고개를 끄덕이며 현재 존재하고 있는 규제의 문제점에 대해 수긍하는 모습도 드러냈다.
박 대통령은 특히 모두발언에서 의류산업 설명을 할 때는 자신이 입은 옷을 매만지며 강조했다. 아울러 공무원의 규제개선 방안을 언급하면서 집게손가락으로 강조해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이날 참석자들은 회의에서 다양한 개선점과 방향을 제시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규제가 기업을 얼마나 옥죄는지에 대한 설명을 이어갈 때 박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의 뜻을 표하기도 했다.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은 액티브X 프로그램이 없어져야 한다면서 박 대통령에게 "액티브X, 과감하게 X쳐 주십시요"라고 말해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유정무 IRT코리아 대표는 법인기업이 연대보증으로 인해 채무불이행자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며 우수기업에 대해서는 창업자 연대보증 면제 시행을 요청했다.
장형성 한국자동차튜닝협회장은 "우리나라 튜닝시장은 미국·독일에 비해 활성화되지 못했다"며 "여가활동형 튜닝, 시민생활형 튜닝 등은 규제를 더 많이 완화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장 협회장은 이어 "우리나라 튜닝시장이 미국·일본·독일에 비해 활성화되지 못한 것은 관련 규제가 많기 때문"이라며 "(그 원인은) 튜닝이 도입될 때 젊은이들이 자동차로 멋을 낸다는 등의 부정적 이미지가 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장 협회장은 자동차 튜닝업이 활성화되면 자동차 관련 시장이 제2의 도약기를 맞게 될 것으로 판단했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 자리에서 "타인의 안전에 지장을 주지 않는 부분은 승인을 받지 않고 개조할 수 있게 규제를 없애도록 하겠다"고 개혁의지를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참석자들의 건의사항이 이어질 때는 틈틈이 메모를 하는 동시에 국무위원들을 회의 석상에서 직접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파격적인 모습도 보였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한 참석자가 제안한 인증제도 개선에 대해 "인증제도 관련해 1381의 콜센터를 개설해…"라고 말하자 박 대통령은 윤 장관을 향해 "1381번호는 국민들이 많이 아시나요? 모르면 있으나 마나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장관이 이에 대해 "이제 만든 지 2주밖에 되지 않아서…"라고 답변하자 박 대통령은 "국민이 모르면 없는 것만 못한 것입니다. 119처럼 누구나 알아야 한다"고 윤 장관을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규제개선추진단의 늦은 업무처리 속도도 도마 위에 올렸다.
박 대통령은 규제개선추진단이 당초 보고와는 달리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과 관련해 "시간이 흘렀는데 아직 제대로 완료되지 않고 있다면 문제라고 생각한다. 관계 부처도 같이 책임지셔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규제개선추진단의 팀장이 여기 나와 계신 줄 알고 있는데 어디 있느냐"고 물으며 팀장을 직접 찾기도 했다. 이어 팀장을 향해 "지금 있는 숙제부터 빨리빨리 해야지 그 부분도 못하면 신뢰가 가겠나요. 안 풀리면 언제까지 이걸 풀겠다는 것을 보고해달라"고 질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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