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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 쇼크] 또 백기사 자처… '아랍판 대마불사' 현실로

■ 아부다비 "두바이 선별 지원"<br>두바이 국채보다 나킬등 부실자산 인수방식 유력<br>에미리트 항공 지배권 요구 가능성도 배제 못해<br>글로벌 금융시장 충격 벗어났지만 여진 지속될듯

지난 28일. 두바이의 통치자인 셰이크 모하메드 빈 라시드 알 막툼은 아라비아 사막 한가운데로 향했다. 두바이 남쪽 120㎞에 위치한 사막도시 알 아인(Al Ain). 아부다비 제2의 도시인 이곳에서 그는 이웃 부자나라 아부다비에 도움을 간청했다. 아랍 왕가의 고위급 인사들의 모임에서 어떤 얘기가 오고 갔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한가지는 분명하다. '아라비아 판 대마불사(大馬不死)'가 이뤄졌다는 점이다. 현장에 있던 아부다비의 고위급 재무관료는 "아부다비가 두바이를 선별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면서 아부다비가 두바이의 백기사로 나섰음을 밝혔다. ◇백기사 아부다비, "백지수표는 없다"=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아부다비는 두바이의 든든한 후견자였다. 2월에는 100억달러의 국채를 사줬고 두바이월드의 채무이행 동결 발표 직전에도 50억달러의 국채를 추가로 떠안았다. 하지만 아부다비는 더 이상 백지수표를 발행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두바이는 50억달러의 국채를 추가로 발행할 계획이지만 아부다비는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대신 자산실사가 끝나는 것을 보고 두바이월드가 내놓는 부실자산을 선별적으로 인수할 것이라는 게 현지 금융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첫번째 매각 또는 구조조정 대상은 야자수 모양의 인공섬을 만들었던 나킬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자금 지원 과정에서 아부다비의 영향력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두바이월드의 대주주가 두바이 통치자인 셰이크 모하메드라는 점에서 그와 관련 있는 다른 업체도 아부다비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않다. 일각에서는 두바이가 애지중지하며 키웠던 항공사인 에미리트항공의 지배권을 내줄 가능성도 제기됐다. 영국의 더타임스는 "그동안 아부다비는 현금지원 대가로 에리미트항공을 요구해왔다. 두바이는 이에 반대했지만 이번 사태로 입지가 크게 위축됐다. 에리미트항공을 넘긴다면 두바이에는 엄청난 충격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28일 모임에는 두바이 재무장관인 압둘라만 알 살레가 참석했고 아랍에미리트연방(UAE) 중앙은행 총재인 술탄 빈 나세르 알 수와이디 등이 동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부다비는 두바이월드 사태로 UAE의 은행들이 연쇄적으로 위험에 빠지지 않을까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회의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우리는 UAE의 금융 부문에 미치는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하지만 민간 부문의 부실자산을 모두 털어내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충격 흡수하는 금융시장, 여진은 지속=27일 글로벌 금융시장은 하루 만에 '두바이 쇼크'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유럽증시는 1% 내외의 상승폭을 기록했다. 추수감사절로 이틀 만에 열린 뉴욕증시는 다우존스가 1.48% 하락하며 영향을 받았지만 쇼크 수준은 아니었다. 각국 지도자들도 위기 확산 차단에 나섰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와 프랑수와 피용 프랑스 총리는 "금융위기에서 회복하기 시작한 세계 경제는 이 정도의 충격은 충분히 흡수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파장은 지속되고 있다. 특히 영국이 발끈했다. 영국 은행들을 중심으로 뭉친 두바이월드 채권단들은 KPMG를 대리인으로 선정할 채비를 하고 있다. 영국은 과거 식민지 시절부터 중동에 영향력을 행사해오고 있다. 국제결제은행에 따르면 HSBCㆍ스탠다드차타드ㆍ로이즈뱅킹그룹ㆍ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 등 영국은행들이 UAE에 대출한 돈은 총 500억달러에 이른다. 더구나 영국은 금융위기로 큰 손실은 입은 상황이다. '두바이 쇼크'가 신흥시장 전반의 충격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경고도 꾸준히 제기됐다. 블룸버그통신은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보고서를 인용, "'꼬리 위험(tail risk)'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것이 심각한 국가부도 사태로 악화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두바이의 국가 부도는 신흥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을 갑자기 중단시켜 세계경제 회복을 크게 후퇴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며 "최상의 시나리오는 두바이가 UAE로부터 구제받거나 아니면 부채 구조조정이 이뤄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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