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중화권 매체 둬웨이는 5일 "중국의 시진핑 주석을 비롯한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7명의 동정을 지난 1일 이후 보도에서 발견하기 힘들다"고 분석하며 베이다이허 회의 개막을 시사했다. 둬웨이는 앞서 2일 장쩌민 전 국가주석 등 은퇴한 원로들이 베이다이허에 도착해 휴가를 즐기고 있다고 전했다.
베이다이허 회의는 보하이만 인근 허베이성 진황다오에 위치한 휴양지 베이다이허에서 열리는 중국 지도부의 집단휴가 겸 회의로 1958년 당 중앙정치국 확대회의를 시작으로 해마다 당정군 관련 최고위 인사들이 모여 당의 노선과 인사ㆍ정책 등을 결정한다. 1958년 첫 회의에서는 대만 진먼섬에 대한 포격이 결정되기도 했다.
이번 베이다이허 회의에서는 시리체제 이후 첫 회의인 만큼 경제위기 상황, 남중국해 영토분쟁, 신형대국관계 등 다양한 이슈가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보시라이 전 충칭시 서기의 재판을 앞두고 당내 계파 간 의견조율도 있을 것으로 중화권 매체들은 예상했다.
무엇보다 새 지도부 공식출범 5개월 만에 옛 지도부와의 비공개 집단회의인 만큼 지도부의 지도력 점검과 향후 방향에 대한 결정도 이뤄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중국 내에서도 현재의 공산당 지도방식에 대해 당내개혁을 주장하는 세력과 현재 당의 지도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1일 신화통신이 "중국이 흔들리면 소련보다 비참해질 수 있다"며 "공산당 지도를 더욱 공고히 해야 한다"고 주장한 데 대해 5일 리량둥 공산당 중앙당교 교수는 기관지인 학습시보에 '중국 지도부가 나서 정치개혁의 시간표를 마련해야 한다'며 ▦사상의 자유 확대 ▦전국인민대표자회의 역할 및 주민자치 확대 ▦공산당 내 지도방식 개선 등을 주장했다. 정치개혁에 대한 상반된 의견이 외부로 표출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개혁과 부패척결에 집중했던 시리체제의 향후 정치개혁 방향이 이번 베이다이허 회의 이후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앞서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이번 베이다이허 회의에서 정치보다 경제 쪽에 포커스를 맞출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보시라이 처리를 놓고 당내 계파 간 의견이 갈릴 경우 정치적 갈등도 표출될 것으로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이번 베이다이허 회의가 과거와 달리 대규모가 아닌 소규모로 진행되며 회의 진행상황 자체를 알지 못할 정도로 흘러갈 것으로 예상했다. 시 주석과 리 총리가 현안이 잔뜩 쌓인 상황에서 베이징을 비우기 어려운데다 과거처럼 베이다이허 회의의 영향력이 그렇게 크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 베이징 외교소식통은 "이미 중국 정부에서도 베이다이허 회의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않고 베이다이허 휴가로 칭하고 있다"며 "최고지도층이 한가하지 않은 상황에서 짧게 휴가를 겸한 회의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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