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껍데기 뿐인 ‘IT 코리아’
입력2003-11-24 00:00:00
수정
2003.11.24 00:00:00
한국은 정보기술(IT) 서비스에서 세계 첨단에 서 있다. 개인은 물론이고 정부ㆍ지방자치단체ㆍ기업 가릴 것 없이 시스템과 네트워크에 있어 선두권이다.
최근 전세계 지자체를 대상으로 한 평가에서 서울시가 1위를 차지했으며 산업자원부와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한일 매출액 상위 650개 기업을 대상으로 e비즈니스 수준을 평가한 결과에서도 일본에 앞선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한 꺼풀만 벗겨놓고 보면 껍데기만 있는 IT 선진국이라는 사실에 부끄러움을 금할 수 없다. 개인이나 공공기관, 기업들이 IT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들어가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80%가 외국계 기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버시장은 거의 100%, PC시장도 절반 가량, 네트워크 장비의 경우 백본용은 90% 이상 전체적으로는 70~80%를, 소프트웨어는 80% 가량을 외산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중국산 통신장비까지 국내에 상륙하기 시작했다. 중국업체인 화웨이가 네트워크 장비 중 하나인 광전송 장비를 개발해 KT 등에 공급한 것이다. 국내기업들이 국산화해서 수입을 대체해나가기도 전에 중국에 시장을 내줄 판이다.
더구나 국내에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는 글로벌 기업들은 로열티와 배당으로 단물을 다 빼먹고 있다. 재투자는 쥐꼬리만큼 하면서 매출의 30~60%를 로열티 명목으로 가져가는데다 순이익의 대부분을 배당으로 회수해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산자부ㆍ과학기술부ㆍ정보통신부 등 주요 부처들이 경쟁적으로 차세대 성장동력사업을 발굴하는 데 나섰고 4세대 이동통신,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디지털콘텐츠, 디지털TV, 로봇 등 많은 분야가 차세대 사업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차세대 부문에서도 지금과 똑같은 현상이 벌어지지 말라는 법은 없다. 정부는 기술력 있는 기업들이 탄탄히 뿌리내릴 수 있도록 시장환경을 조성해야 하고 기업들은 기술개발은 물론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인수합병(R&D)에 나서야 한다. 이제는 글로벌 환경에서 살아남지 못하면 국내에서도 생존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IT 소비자들도 기술력 있는 국산을 폄하하지 말고 `토종`을 사랑해야 우리들 각자의 미래도 밝아질 것이다.
<오현환기자(정보과학부) hhoh@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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