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고·국제고 2011학년도 입시, 영어내신·면접만으로 뽑는다

자기주도 학습전형 도입

독서활동 항목은 신설

올 하반기 실시되는 2011학년도 외국어고ㆍ국제고 입시부터 중학교 2, 3학년 영어성적과 면접만으로 신입생 전원을 선발한다. 특목고 등 고입 입학전형에서 사교육 유발요소를 지속적으로 점검하기 위해 '사교육 영향평가제'도 도입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해 12월10일 발표한 '고등학교 선진화를 위한 입학제도 및 체제개편 방안'의 후속대책으로 이 같은 내용의 입시안 세부계획을 26일 발표했다.

계획에 따르면 올해부터 외고ㆍ국제고 등 학생 선발권을 가진 고교(자립형 사립고, 비평준화 지역의 자율형 사립고, 자율학교 포함)는 별도 시험을 치르지 않고 입학사정관이 참여하는 '자기주도 학습전형'으로 신입생을 뽑는다.

자기주도 학습전형은 학생이 사교육 등 외부 도움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능력을 얼마나 갖췄는지, 또는 자기주도적으로 공부를 해왔는지 평가하는 것을 전형방법이다.

전형절차는 1단계에서 영어 내신성적(160점)과 출결로 일정 배수를 추려낸 뒤 2단계에서 면접 점수(40점)를 더해 최종 합격자를 선발한다. 영어성적은 중학교 2~3학년 4개 학기의 9등급 환산 점수를 반영하며 영어 성적과 면접의 반영 비율은 시도 여건에 따라 정할 수 있다.

자기주도 학습전형을 실시하기 위해 학교별로 입학전형위원회가 구성되며 위원회에는 공정성 확보를 위해 시도교육청이 위촉한 입학사정관이 참여한다. 위원회는 학생들이 제출한 학습계획서, 학교장 및 교사추천서, 학교생활기록부를 바탕으로 면접을 실시한다.

학습계획서는 지원동기, 자기주도 학습 경험, 학습 및 진로계획, 독서 경험 등을 본인이 직접 작성해야 하며 학교생활기록부에는 영어 외의 다른 교과 성적은 기재되지 않는다. 각종 경시대회 및 인증대회 점수 기재 항목은 아예 삭제되고 대신 독서활동 항목이 신설된다.

이주호 교과부 1차관은 "학습계획서에 인증시험 점수나 경시대회 입상실적 등을 기재하면 감점 처리될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 "봉사활동도 교내에서 이뤄지거나 학교가 주도하는 것만 인정하고 사교육업체가 주관하는 해외봉사활동 등은 반영되지 않도록 하는 등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교과부 "사교육 유발요인 제거"
전문가들 "학생선발권 제한부터"

교과부는 이번 외고 등 특목고 입시 개선안으로 교과지식을 묻는 구술면접이나 지필고사, 영어 듣기평가, 토익ㆍ토플 등 각종 인증대회 성적 등 사교육 유발 요인을 모두 제거했기 때문에 사교육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특목고의 학생선발권을 제한하지 않고 '특목고=명문대 입학'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끊지 않고서는 입시안을 아무리 바꿔도 사교육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적 시각이 여전하다. 임성호 하늘교육 이사는 이번 후속 대책을 "사실상 외고 합격 커트라인이 공개된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그는 "외고 입시 1단계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우선 중학교 영어 내신성적이 4%(1등급 기준) 안에 들어야 하는데 서울의 경우 중3 학생 12만명 중 4,800명 안에 들지 않으면 외고 입학의 꿈을 접어야 하는 셈"이라면서 "초등학교 때부터 이미 자신이 입학할 중학교의 영어 교과서를 마스터하는 등 영어 내신 사교육이 과열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성천 사교육 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 부소장도 "영어 내신만으로는 변별력이 크지 않기 때문에 서류전형이나 면접에서 당락이 결정될 텐데 결국 입학사정관제를 대비한 사교육이 늘어날 것"이라면서 "외고를 특성화고나 자율학교 등으로 전환하고 선지원 후추첨으로 뽑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고의 반발도 계속됐다. 강성화 고양외고 교장(전국외고교장협의회장)은 "외고가 외국어만 잘하는 인재를 키워야 한다는 것은 외고는 학생들의 대학 입학은 내버려두고 통역사 같은 전문인만 만들라는 것이냐"면서 "후속 대책 역시 받아들이기 어려우며 조만간 교장들이 모여 대처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