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에게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찬반 입장을 밝히라며 공세를 취하고 있지만 문 대표의 입은 굳게 닫혀 있다. 문 대표는 천안함 폭침에 대해 북한의 소행임을 명시하고 해병대 제2사단을 방문하는 등 안보 현안에 '우클릭 행보'를 이어가면서도 사드에 대해서만큼은 신중한 모습이다. 문 대표가 청와대와 유일하게 보폭을 맞추고 있는 것은 사드에 대한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오고 있다.
강기정 새정치연합 정책위의장은 2일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정부가 사드 도입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데 우리가 어떻게 입장을 발표할 수 있느냐"며 "또 정부가 사드 도입을 추진한다고 해서 국회가 제어할 방법은 없다"며 사드 도입의 주체와 이에 대한 책임 소재는 정부에 있음을 확실히 했다.
문 대표와 새정치연합이 사드 도입에 대해 구체적 입장을 밝히지 않는 이유는 크게 '모호성'이 가져다주는 정치적 이득과 사드 도입으로 인한 북핵 억제 가능성에 대한 회의적 시각 두 가지다.
새정치연합은 안보 이슈가 터질 때마다 '보수층 집결→선거 패배' 공식의 쓴맛을 맛봤다. 사드 도입에 대해 문 대표와 새정치연합이 함구하는 이유도 이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지난 2012년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논란 당시 민주통합당은 총선과 대선에서 해군기지 건설 중단을 공약으로 내걸었다가 '안보무능 정당'이라는 주홍글씨를 달고 선거에 패배했다. 올 초 연말정산 파동으로 새정치연합의 정당 지지율도 가파르게 치솟았지만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피습사건으로 정당 지지율은 하락했다. 당 관계자는 "사드에 대해 반대 입장을 가지고 있더라도 이것이 정치공론화하면 무조건 야당에 불리하다"며 "찬성을 한다고 해도 야권 지지층 이탈이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당 지도부가 사드 '묵언수행' 중이지만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과 야당 소속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의원들은 사드 도입에 대해 반대 입장을 명확히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의 목소리가 사실상 '당론'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민주정책연구원은 1일 보고서에서 "북한 미사일 방어에 효과성이 입증되지 않은 무기체계 도입에 국민 혈세를 낭비하고 외교적 손실을 초래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반도는 종심이 짧기 때문에 5,000㎞ 이상 날아가는 대륙 간 탄도미사일을 고고도에서 요격하기 위해 개발된 사드 체계는 한반도 전쟁환경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야당 외통위 간사인 심재권 의원 역시 "사드에 대한 전술적 활용도는 검증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강 정책위의장은 "정부가 사드 도입에 대해 입장을 정할 때까지 의총을 열거나 당론을 정할 계획이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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