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국제 원자재 선물 시장에서 ‘대형사고’를 쳤다. 중국 트레이더가 구리 선물에 대해 대규모 매도 포지션을 설정한 후 잠적하자 중국 정부가 솔직하지 못한 태도로 대응에 나서면서 파장을 키웠다. 원자재 트레이더들 사이에서는 중국 정부의 원자재 재고량 발표를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어, 원자재 시장의 불안이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14일(현지시간)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구리 선물 가격은 중국이 대규모 매도 포지션 정리를 위해 구리 매입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확산되면서 장중 한 때 사상 최고치인 톤 당 4,132달러까지 치솟았다. 이번 사건의 발단은 그 동안 LME에서 활발하게 매매주문을 내던 중국인 구리 트레이더 리우 취빙이 대규모 매도 포지션을 쌓아둔 채 지난 주 갑자기 사라지면서 불거졌다. 리우는 올해 들어 약 30% 가량 상승한 구리 가격이 정점을 찍었다고 판단하고 실제 물량 확보 없이 최대 20만톤에 달하는 매도 포지션을 꾸준히 설정했지만 이후에도 구리 가격이 상승세를 지속하면서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해지자 갑자기 자취를 감췄다. LME 트레이더들은 리우가 중국 국가물자비축국(SRB) 소속이기 때문에 중국이 정부 차원에서 대규모 구리 매입에 나설 수 밖에 없다고 판단, 구리에 대한 매입을 서둘렀다. 이후 사태 진정을 위해 중국 정부가 나서면서 오히려 파장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사건이 불거진 직후 현재 130만톤의 구리를 보유하고 있으며 리우는 SRB 소속도 아니라고 밝혔다. 그러나 LME 트레이더들은 리우가 SRB 소속이라는 점을 확신하고 있는데다 중국 정부가 발표한 구리 매장량도 시장 전망치보다 100만톤이나 많은 것으로 분석, 중국 정부의 거짓말이 오히려 불씨를 키우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바클레이즈 캐피털의 애널리스트인 잉그리드 스턴비는 “리우는 매우 잘 알려진 인물”이라며 “중국 정부가 터무니 없는 거짓말을 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리우에 대한 중국의 변명은 중국 정부가 구리 매장량 발표에 대한 신뢰도도 크게 떨어뜨리고 있다”며 “이러한 시장 불신이 다른 원자재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3개월 만기의 구리 선물 인도일은 다음 달 21일로, 시장 관계자들은 적어도 이 기간까지 구리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며 연말 톤 당 5,000달러에 달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날 LME에서는 백금 선물 가격도 최근의 상승세를 지속하며 977달러를 기록, 온스 당 1,000달러 시대를 눈앞에 두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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