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는 남자와 사랑을 잃은 여자 사이에 벌어지는 로맨스를 그린 프랑스산 코미디물이다.
남편이 교통사고로 죽고 난 후 일에 몰두하는 것으로 마음을 추스르고 있는 나탈리(오드리 토투 분)와 못생긴데다 이렇다 할 매력도 없는 그녀의 부하직원 마르퀴스(프랑소아 다미앙 분) 간에 밀고 당기는 이야기를 그린 산뜻한 영화다.
어느 날 마르퀴스는 상사인 나탈리에게 업무 보고를 하던 중 느닷없이 격렬한 키스 세례를 받는다. 황홀경에 빠진 마르퀴스는 당연히 작업에 돌입하지만 프랑스에서는 여자가 남자를 추행하는 것이 범죄가 아닌지 나탈리는 마르퀴스에게 없던 일로 하자면 오리발을 내민다.
영화의 제목 '시작은 키스'의 모티브가 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관객의 입장에서는 능력남인 사장의 구애까지 거부했던 나탈리가 전후 설명 없이 못생긴 부하직원에게 입을 맞추는 시추에이션이 작위적이고 설득력 없게 다가온다.
어쨌거나 그런 봉변(?)을 당한 마르퀴스는 나탈리를 향한 자신의 마음을 제어하려고 눈물겨운 인내심을 발휘하는데, 그 순간순간마다 돌출하는 어리버리한 연기가 일품이다.
특히 저녁식사를 마치고 에펠탑 앞에서 나탈리를 쳐다보던 마르퀴스가 "난 사랑에 빠지고 말 거에요"라고 외치며 도망가는 장면, 나탈리를 외면하려고 사무실에서 안간힘을 쓰는 장면에서 뿜어져 나오는 다미앙의 연기는 압권이다.
톡톡 튀는 대사의 감칠 맛도 만만치 않다.
연적 관계인 사장이 마르퀴스와 술을 마시는 부분에서 작가의 재치는 정점으로 치닫는다.
사장이 "그녀의 어떤 면을 좋아하나?"라고 묻자 마르퀴스는 "나를 돋보이게 하는 거요"라고 대답한다.
"성격 좋은 게 시까지 쓰고 있네." 사장이 날리는 멘트에 객석은 웃음을 주체하지 못한다.
멜로로 골격을 세우고 군데군데 코미디로 덧칠을 한 영화는 화려함과 육체가 난무하는 경쟁작들에 비해 신선하다.
하지만 프랑스 영화 아니랄까 봐 엔딩은 싱거운 편이다.
원작은 프랑스 문단의 우디 앨런이라 불리는 다비드 포앙키노스가 쓴 동명의 소설로, 10개의 문학상을 수상했다. 포앙키노스 자신이 직접 메가폰까지 잡았다. 14일 개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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