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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나는 관광대국을 원하지 않는다

최수문 문화레저부 차장


서울 남산은 중국에 점령됐다. 중국 사람들과 그들이 타고 온 관광버스에 의해서다. 서울시가 관광객의 편의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남산 팔각정 휴게소 주차장까지 오르는 도로에 관광버스의 출입을 허용하면서다. 하루 200~300대가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쏟아내는 교통체증과 매연은, 특히 여름철에는 상상을 초월한다. 서울시가 환경보호를 위한다면 운행하고 있는 무공해 전기버스가 무색한 상황이다. 외래관광객에 대한 특혜적인 정책의 결과다.

언제부터인가 '관광대국'이라는 말이 일상화됐다. 일반적 의미로 관광객이 많이 찾는 나라를 뜻한다. 남산의 사례와 같은 범정부적인 노력에 힘입어 지난해 외래관광객은 1,217만명에 이르렀다. 같은 기간 이웃 나라 일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1,036만명에 불과했으니 우리가 자부심을 가질 만도 하다.

관광도 산업이라고 할 경우 우리나라의 경제가 지나온 패턴을 그대로 답습한다. 즉 수출 지상주의에서 내수활성화로 단계를 밟아가는 것이다. 국내로 외래관광객을 모으는 것은 이른바 수출이다. 정부가 대표적인 수치로 외래관광객 2,000만명 달성을 목표에 두는 것은 이들의 소비가 곧 재화의 수출과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국인에 대한 의존은 양날의 칼이다. 외국인들이 일시에 발길을 끊는다면 국내 관광산업 기반을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외래관광객이 국내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인 면도 적지 않다. 그래서 나온 것이 내국인의 국내 관광 활성화 방안이다. 경제학적으로 내수소비를 늘이자는 말이다. 그럼 어떻게 늘릴 것인가.



관광산업은 다른 산업과는 다르다. 관광은 그것이 우리 삶의 하나의 쉼표가 되기 때문에 관심을 모은다. 일상이 노동과 휴식으로 구성된다고 할 때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관광은 '휴식'에 속한다. 주중에 열심히 노동에 종사하고 주말에는 휴식을 취하는데 이런 휴식시간을 보내는 한 방식이 관광이다. 하지만 '관광산업'이라는 구호 아래 일자리 창출, 경제성장 기여로 연결시키면서 관광이 '쉼'의 영역이 아닌 전체 국민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또 하나의 노동이 되고 있는 역설적인 상황이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다. 가족·친구들과 쉼을 즐길 수 있는 여유와 이것이 가능한 물리적인 장소다. 혹자는 외국인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한국에 대해 느끼는 부정적인 이미지, 불친절·불편함을 해소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한다. 순서가 거꾸로다. 오히려 우리 국민이 피곤하고 지쳐 있기 때문이다. 이를 먼저 해결해나가야 한다. 자국민이 살기 좋고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그런 나라를 어떤 외국인이 마다할까. chs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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