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의자에 앉아 똑같은 커피를 마시면서 하는 면접은 처음입니다."(새누리당 당직자)
지난 20일 부산시 수영구에 위치한 새누리당 부산시당 5층 대회의실. 한때 텃밭이었지만 문재인 바람으로 빨간 불이 켜진 부산에서 새누리당이 총선 예비후보자를 대상으로 현장 면접을 실시했다. 이날 새누리당 당직자들은 언론이 면접하는 방식에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랐다.
4년 전 18대 총선 면접만 해도 전국 각 지역의 예비후보는 서울에 올라와야 했다. 면접을 볼 때 심사위원은 푹신한 가죽소파에 앉았고 예비후보는 딱딱한 철제 의자에 앉았다. 자기소개를 할 겨를도 없이 20초 만에 답변을 마친 후보도 있었다.
반면 이번에는 부산 현지에서 치러서 시간을 절약하고 분위기도 괜찮았다는 게 후보들의 반응이었다. 공천위원과 후보가 둥근 형태로 놓인 철제의자에 앉아 커피를 나누며 진행한 면접 방식도 호평을 받았다. 1인당 최고 5분까지 이어진 면접 시간도 과거에 비해 나아졌다는 게 중론이다.
기자는 그러나 이날 '새누리당' 면접의 신선함보다 4년 전 '한나라당' 면접의 권위주의에 기가 질렸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당시에는 대선 승리 후 승승장구하던 당의 위세를 실감할 수 있었다.
요즘 최고의 '갑을' 관계라는 기업과 구직자도 그런 식의 면접을 치르지 않는다. 구직자를 최고의 잠재 소비자로 판단하기 때문에 최대한 구직자를 배려하는 장치를 마련한다. 또 압박면접을 핑계로 구직자를 무시한 면접관의 태도는 곧바로 '인권침해' 사례로 알려지면서 기업 평판에 치명타를 안긴다.
이날 새누리당은 부산에서 현장 면접을 치렀지만 나머지 지방의 예비후보는 모두 서울에서 면접을 치르기로 했다. 일반 예비후보와 달리 국회의원과 비공개 신청자는 서면으로 대체하거나 따로 비공개 면접을 보는 특혜도 받는다. 과거와 다름 없는 모습이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연신 "옛날에 비하면 나아졌다"고 강조하지만 중요한 것은 과거보다 나아졌다는 자기 만족이 아니라 세상이 원하는 기준에 부합하는지 판단하는 현실적인 안목일 것이다.
"새누리당이라고 이름만 바꾸면 뭐하나 속이 한나라당 그대로인데"라고 질타하는 부산 시민의 눈높이를 만족시키기에는 아직 부족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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