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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르단 난민촌 르포, 젖은 눈가에 `절망의 그림자`

요르단 국경마을 르와시드 인근 `캠프 1`이라 불리는 제3국인 난민촌은 지금 눈물 바다를 이루고 있다. 전쟁을 피해 이라크에서 탈출한 아프리카 출신들 중 조국으로 갈 수 없는 사람들이 귀국하는 친지들과 생이별을 하고 있는 것이다. 23일 오후 귀국하는 수단인 46명이 공항 행 버스 앞에서 난민촌에 남겠다는 가족,친구들과 눈물의 작별 인사를 하고 있었다. 이날 하루만에도 수단, 소말리아 등 제3국인 200여명이 떠났지만 난민촌에 남겠다는 사람도 190여 명에 달했다. 남는 자들은 고국에서 야당 성향으로 분류돼 있어 돌아가면 박해와 처벌을 받기 때문에 다른 나라로 갈 때까지 난민촌에 있겠다고 말하고 있다. 아들 둘, 딸 셋 등 어린 자녀 5명, 남편과 함께 21일 이라크에서 빠져 나온 수단인 오므라샤드(30ㆍ여)는 “고향에는 절대 가지 않겠다” 는 말만 되풀이했다. 11세 때 결혼해 바로 이라크로 와 20년을 살았다는 그는 미군 폭격을 피해 허겁지겁 빠져 나오느라 세간살이를 전부 버리고 왔다고 했다. 운전사와 구두수선 등을 했다는 남편 파우지 마르완(40)은 떠나는 버스를 바라보며 연신 담배만 피웠다. 수단인 하마드 나세르(41)는 15년간 건설인부로 일하다 지난해 바그다드의 한 대학에 들어간 만학도. 그는 전쟁이 끝나면 다시 대학으로 돌아갈 생각이지만 내전의 고국에는 발을 딛지 않겠다고 했다. 술라이만 아담(53)은 귀국을 위해 버스에 오르면서 “두렵지만 달리 방법이 없다” 고 한숨을 내쉬었다. 바그다드에서는 하루 6,000 디나르(약 2.5달러)를 벌었던 그는 모두 버리고 탈출, 아무 것도 가진 게 없다. 난민촌을 떠나는 사람, 남는 사람 모두 절망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 있었다. 난민촌 생활도 열악했다. 의료봉사를 하고 있는 의사 루에이 타에흐(28)는 “대부분이 기관지와 폐질환을 앓고 있다” 며 “이들로부터 전염병이 도는 것을 막는 게 가장 큰 일” 이라고 말했다. 이곳에는 이날까지 5인용 텐트 250여개가 세워졌다. 유엔측은 일단 400개까지 텐트를 늘릴 계획이지만 얼마나 많은 3국인이 전쟁을 피해 나올지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 CNBC 방송의 리사 배런 기자는 “담요, 물탱크, 전기 등 기반시설은 그래도 잘 돼있는 편”이라며 “수용인력은 적은데 송환을 거부하는 사람이 많은 것이 어려운 점” 이라고 말했다. 이곳에서 2,3㎞ 떨어져 있는 `캠프 2` 로 불리는 이라크 난민촌은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 요원들과 건설트럭만이 분주했다. 아직 이라크 난민은 한명도 없어 200여개의 텐트는 텅 비어 있었다. 국제적십자위원회(ICRC)의 버나드 베트란코트는 “이라크의 요르단 국경 인근에 대한 미군의 폭격으로 대부분 도로가 부서졌다”며 “이 때문에 이라크 난민들이 국경이 가까운 시리아로 가고 있는 것 같다” 고 말했다. 난민촌의 유일한 놀 거리는 축구. 다 떨어진 축구공을 차는 난민들의 모습에서 절망을 한 순간이라도 잊고 싶은 또 다른 막막함이 느껴지고 있었다. 황유석 특파원 <미주한국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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