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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신중해야 할 유류세 인하

박명광 <국회의원·열린우리당>

미국 독립의 아버지 벤자민 프랭클린은 사람의 생애에서 피할수없는 것으로‘죽음’과‘세금’을 꼽았다. 둘 다 그만큼 피할 수 없는 것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 세금 내기를 좋아할 사람은 사실 아무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세금을 깎아주자는 정치인의 주장은늘인기를 끌게 마련이다. 그러나 세금 인하가 모두에게 바람직한 결과를 낳을까. 그렇지 않다. 부담이 줄기보다는 오히려 국민경제에 해악이될 수도 있다. 최근 유류세를 내리자는 목소리가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 기름값이 자꾸 오르는 상황에서 세금이라도 깎아 소비자들의 부담을 줄여주자는 취지다. 아주 그럴 듯해 보인다. 지난해 유류세가 21조4,571억원으로 전년보다 1조4,000억원가량 많이걷혔으니 국민에게 차액을 돌려주자는 주장이 설득력을 지닌 것처럼 들린다. 그러나 유류세 수입이 증가한 것은 국제유가상승 폭에 맞춰 기름값을 올려서가 아니라 에너지세제 개편으로 경유 등에 대한 세금이 늘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유류세는 기름값과 무관하게 리터당 매기도록 돼 있다. 올들어 국제유가가 지난해보다 50%가량 올라 있음에도 시중 휘발유값이 그다지 크게 오르지 않은 것은 이런 과세제도 덕분이다. 유류세 인하에는 부정적 결과가 따른다. 우리나라처럼 석유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나라는 석유값이 오를 때 소비를 줄이는 것이 유일한 단기대응책이다. 그렇다고 강제로 소비를 줄이기는 쉽지 않다. 먼저 가격기구에 의지해야 한다. 그런데 유류세를 낮춰버리면 소비자들의 부담은 줄어들지만 국내 석유소비가 전혀 억제되지 못한다. 이는 거시경제 전반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최근 인도네시아의 루피아화 폭락 사태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기름값이 오르는데도 소비자들에게 가격상승에 맞춰 보조금을 계속 지급했다. 그 결과 재정수지가 나빠졌고 루피아화에 대한 신용이 무너져 환율이 폭등했다. 원유 수입국이 기름값 상승 국면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반면교사가 아닐 수 없다. 유류세 인하는 그만큼 신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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