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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대기업집단 정책은 롤러코스터


대규모 기업집단에 대한 연구를 상당 기간 수행해온 필자는 규제 도입이 늘 경제논리가 아닌 정치논리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을 안타깝게 생각해왔다. 지금의 대기업정책 논의는 노무현 정권 출범초기와 유사해 보인다. 당시에도 경제력집중 심화, 문어발식 다각화, 집중된 소유구조 등의 비판이 제기됐으며 경제학적 사실검증 과정보다 정치적 논란이 앞섰다. 당시 정부는 '시장개혁 3개년계획'이라는 이름의 강력한 규제를 적용했지만 대규모 기업집단 계열사의 우월한 기업성과가 검증되자 규제에 대한 비판이 고조됐었다.

출총제 등 왜 폐지했나 되돌아보고

또한 출자총액제한은 '일률적 적용'이라는 규제의 한계로 말미암아 다양한 문제를 야기했기에 폐지되기 전에도 예외조항이 줄줄이 달려있었다. 결과적으로 노무현 정부는 출자총액제한 규제를 대폭 완화시켰고 이명박 정부는 폐지했다.

다사다난한 과정을 거쳤지만 지금도 여전히 대규모 기업집단의 사업 다각화, 계열사 출자, 소유구조는 정치적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러한 반복적인 공방은 경제적 사실을 고려하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기업집단의 다각화를 비판하고 있지만 지금의 다각화는 고도성장기의 다각화와 성격이 다르다. 지난 1980~1990년대 기업집단의 다각화는 새로운 분야로 영역을 넓혀가는 다각화였으며 외환위기 이전까지의 고도성장기에서나 달성 가능했던 일이었다.

산업구조가 고도화되고 높은 기술집적이 요구되는 현 시대에 생소한 분야로의 진출은 사업 실패뿐 아니라 기업집단의 존폐와 직접 관련되기 때문에 섣부른 다각화는 진행하기 어렵다. 더구나 외환위기 이후 자본시장의 영향력이 높아져 다각화로 인한 투자손실이 현저해지면 경영권을 위협받을 수 있다. 따라서 최근 기업집단의 다각화는 그룹의 전문화된 분야에서의 다각화가 주류를 이룬다. 계열사 수 증가도 전문 분야와 관련된 기업들이 증가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기업집단이 사업부가 아닌 출자를 통해 계열사를 두고 사업을 운영하는 조직구조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출자가 비효율적이라는 비판과 더불어 일각에서는 이중과세를 엄중히 하자는 논의가 일고 있다.



하지만 영미권 국가와 달리 한국ㆍ유럽의 기업집단들이 사업부서가 아닌 계열사 형태로 조직구조를 유지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고용규제가 강한 국가에서는 종업원 임금을 사업부별 성과에 따라 차별지급하기 어렵고 사업부서 폐지와 직원 해고가 곤란하다. 영미권 국가에서는 고용규제가 약해 해고통지가 자유로워 사업부서 중심으로 조직을 운영한다. 그러나 노동자의 권한이 강한 국가에서는 사업운영을 위해 별도의 법인을 만들고 해당 법인의 성패에 따라 임금지불과 해고가 결정되도록 운영한다.

회사법ㆍ경쟁법으로 위법성 따져야

영미권 국가와의 차이는 조직운영뿐 아니라 소유구조 측면에서도 나타난다. 노동규제가 강한 국가일수록, 사회주의 성향이 강한 국가일수록 해당 국가에서 기업의 소유구조가 집중된다는 것이 실증적으로 입증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경제적ㆍ제도적 배경이 있기 때문에 기업집단과 관련된 문제는 회사법과 경쟁법적으로 엄밀하게 위법성을 판단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하지만 이러한 해결방식은 지속성과 인내심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정치적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정치권은 생색낼 수 있는 정책을 남발하는 데 더 관심을 갖는다. 그러나 이로 인해 취약해지는 경쟁력은 어디서도 보상 받을 수 없다.

출총제 도입과 폐지를 지켜본 필자에게 대기업집단에 대한 정책은 드라마틱하기보다 현기증 나는 롤러코스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다시 현기증을 느끼는 것을 보면 정치의 계절이 돌아온 것이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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