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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12월 1일] 글로벌 중앙은행의 탄생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의 따라하기가 유행이다. 어느 한 나라의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다른 나라의 중앙은행들도 줄줄이 금리를 인하한다. 또 어느 한 나라의 중앙은행이 시중 유동성을 공급하겠다고 나서면 다른 나라들도 이를 금방 좇아간다. 중앙은행 간 공조라 불리는 이런 행동의 중심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있다. FRB는 금융위기의 와중인 지난 10월 초 유럽연합의 ECB, 영국의 BOE, 중국 인민은행 등 7개국과 공조해 일제히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일사불란한 모습을 보여줬다. 좀처럼 찾기 힘든 이런 행동의 이면에는 글로벌 중앙은행으로 변모하고 있는 FRB의 리더십이 작동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이 은행이 앞장서 어떤 정책을 내놓으면 나머지 중앙은행들은 별다른 고민 없이 따라 간다. 전자를 시장 선도자(Market-leader)라 한다면 나머지 은행들은 시장 추종자(Market-follower)인 셈이다. 한국도 이미 이런 중앙은행 간 시장 선도자-추종자 모델의 한복판에 서 있다. 한미 간 통화스와프협정이 그것이다. 이는 FRB가 유럽이나 영국 또는 스위스나 스웨덴 등 극히 제한적인 국가들과 행해온 통화스와프 거래를 한국에도 허용했다는 면에서 대단히 이례적이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체결된 이 협정에 따라 오는 12월4일 FRB에서 40억달러를 차입해 국내로 들여오기로 했다. 원ㆍ달러 환율이 1,500원대를 오가는 상황에서 이는 시장 안정에 크게 기여할 것임이 틀림없다. 문제는 국내 정책이다. 한국은행은 최근 시장 이상 상황 속에서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여론의 대단한 뭇매를 맞고 있다.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거의 없고 금리인하 조치도 매번 뒷북을 친다는 지적이다. 28일 오래간만에 서울대 강연에 나온 이헌재 전 부총리 역시 “한국은행이 국가 위기 상황에서 중앙은행의 독립성에만 매달려 지나치게 보수적이고 소극적으로 대응한다”며 호된 질책을 가했다. 하지만 은행 감독 기능이 이원화돼 있고 물가 안정에만 정책 초점을 맞추도록 한 현행 한국은행법 등에도 문제가 많다는 반론도 나온다. 손발을 꽁꽁 묶어 놓고 중앙은행으로서 할 일을 못한다고 비난하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다는 얘기다. 보다 더 큰 문제는 정책 당국이 중앙은행들의 세계적인 흐름을 제대로 짚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각국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사라지고 선도은행을 중심으로 일치된 행동 통일을 보이는 새로운 게임의 룰에 우리 정책 당국은 제대로 준비해가고 있는지 자못 궁금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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