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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IC의 현대오일뱅크 지분 매각' 장기표류하나

인수가격 높아 희망자들 '미적'<br>추가 설비 증설 부담등 총 비용 3兆 넘을듯<br>"IPIC·매각주간사 욕심부리는것 아니냐" 지적<br>현대重·롯데·GS칼텍스등 계산기만 두드려



아랍에미리트(UAE)의 석유회사인 IPIC가 갖고 있는 현대오일뱅크의 지분 매각작업이 상당 기간 표류할 것으로 전망된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IPIC의 현대오일뱅크 지분 매각 작업은 몇 개월째 전혀 진척이 없는 상태다. 특히 인수 의향을 밝힌 것으로 알려진 회사들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어서 매각 작업이 장기 표류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처럼 인수 희망업체들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은 현대오일뱅크 인수 예정가격 자체가 낮지 않은데다 인수한 이후에도 고도화 설비 투자에 2조원 이상의 자금이 추가로 소요돼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IPIC는 자회사인 하노칼홀딩과 함께 현대오일뱅크 지분 70%를 소유하고 있으며 이 중 50%를 매각해 경영권까지 넘긴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매각 주간사를 맡은 모건스탠리는 아직까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시기조차 밝히지 않고 있는 형편이다. 현재 현대오일뱅크 지분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회사는 현대중공업과 GS칼텍스, STX, 롯데그룹, 미국 3위의 정유사인 코노코필립스 등이다. 이 가운데 현대오일뱅크 지분 19.8%를 소유한 현대중공업은 우선인수권을 갖고 있어 유리한 입장이지만 인수 여부에 대해서는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매각의 키를 쥐고 있다고 하는데 잘 모르겠다. 그저 협상 과정을 지켜볼 뿐”이라며 한 발짝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롯데그룹도 마찬가지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매각 주간사로부터 제안서를 받았기 때문에 검토하는 것”이라며 “그룹 차원서 강한 인수 의지를 가진 게 아니다”고 못박았다. GS칼텍스의 경우 지난 9월 허동수 회장이 인수 의사가 있음을 시사했지만 높은 가격 때문에 선뜻 베팅을 하는 것은 주저하고 있다. GS의 관계자는 “매각 건에 우리 이름이 거론되는 것 자체가 싫다”며 “(매각 건과 관련한) 언론의 추측은 매각주간사의 이익만 키워줄 뿐”이라고 말했다. 최근 인수ㆍ합병(M&A) 시장에서 가장 확실한 성과를 보이고 있는 STX도 비슷한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우선협상대상자가 언제 발표될 지 누구도 모르는 상황이라 입장을 갖는 것 자체가 시기상조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매각 작업이 윤곽을 잡지 못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가격’이다. 업계는 현대오일뱅크 주식을 주당 1만원 선으로 보고 있다. 현대오일뱅크의 총 주식 수가 2억4,508만주인 점을 감안하면 이 가운데 절반을 취득하려면 1조2,000억원 이상이 들어간다. 이와는 별도로 IPIC는 경영권 프리미엄으로 약 9,000억원을 추가로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IPIC가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 고도화설비 증설에 투자하기로 한 2조2,000억원의 자금 또한 인수자가 부담할 수 밖에 없어 총 인수비용은 3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IPIC와 매각주간사가 너무 욕심을 부리고 있는 게 아니냐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IPIC가 주식 우선매수권을 갖고 있는 현대중공업을 제쳐두고 공개입찰을 진행하고 있는 것 역시 매각 가격을 높이기 위한 포석으로 업계는 풀이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고유가 등으로 정유사들의 가치가 고평가된 현 시점에서 누가 덜컥 현대오일뱅크 지분을 인수하려고 하겠냐는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호남석유화학을 계열사로 둔 롯데그룹은 정유사 지분을 확보함으로써 발생시킬 수 있는 시너지 효과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정유사 지분 확보가 호남석유화학 등 석유화학 계열사에 시너지를 안겨 줄 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석유화학 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 또한 “석유화학과 정유업을 동시에 한다고 해서 발생하는 시너지는 관리상의 장점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GS칼텍스의 경우는 현대오일뱅크 인수에 성공하면 SK에너지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위치까지 오르게 된다. GS가 현대오일뱅크 인수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이유다. 하지만 최근에는 GS그룹 내부에서 ‘규모보다는 고도화 설비 등을 늘려 내실로 승부하자’는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IPIC측은 매각과 관련해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IPIC의 국내 홍보대행을 맡고 있는 회사의 한 관계자는 “IPIC가 영향력 있는 소수지분만을 소유하는 글로벌 투자 원칙을 갖고 있기 때문에 매각을 추진하는 것”이라며 “그 외에는 어떤 공식 의견도 없다”고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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